한국일보

남북 문제의 해법

2004-07-1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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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한/치과의사

포악무도한 일제의 억압 속에서 우리민족은 36년이란 세월을 보내야 했고, 해방이 되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민족의 분할과 서로 다른 이념노선으로 남북간의 싸움을 치러야 했다. 민족의 기운이 일제의 만행에 짓눌려 거의 소진된 상태에서 겨우 숨돌려 일어나려는 찰나, 동족간에 싸움을 치렀다.
2차 대전을 일으켰던 일본이 당했어야 할 운명을 대신 우리가 진 느낌이다. 미국과 구 소련은 2차 대전의 승자로서, 그들과의 전쟁에서 진 일본나라를 38선이나, 48선이나, 58선을 그어 둘로 나누고 북쪽은 소련이 남쪽은 미국이 맡아 신탁통치나 군정을 통해 다시는 전쟁의 야욕을 품지 못하도록 일본을 관리했어야 했다.
역사의식을 가지고 오늘의 남북관계를 살핀다면 해결할 수 없는 일이란 하나도 없다. 그런데 그간의 상호불신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한 발자국도 같이 걸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쌍방간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지난 과거를 같이 평가하면서 피차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자세이다. 이때 평가의 기준이 세계가 동의하는 수준이라면 더욱 쉽게 일이 진행될 것이다.
구 소련의 고르바초프와 중국의 덩샤오핑이 바로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큰일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명언은 이제 북한 주민과 지도자들이 깊이 되새겨야 할 명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 단계는 개방이다. 불신이 팽배한 사회에서 개방이라는 말은 비현실적일 수 있고 자칫 사회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개방의 선행조건으로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체제로 그 통치이념을 고쳐야 한다. 그러므로 주민들 사이에 신뢰하는 사회는 곧 활력이 넘치는 나라로 성장할 수 있다. 자국의 실정에 맞는 개방은 마치 밀폐된 방에 문을 달아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하는 이치이다.
세 번째로는 자유경쟁이다.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각자의 역량에 따라 최선을 다할 때 그 결과가 똑같지 않고 각자가 다르다는 점이다. 자유경쟁이 있는 사회의 저력은 그렇지 못한 곳에 비해 그 월등함이 입증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자유경쟁은 경제에만 국한된 뜻은 아니다. 그러나 만일 시장경제에서 자유경쟁을 말한다면, 물론 개인소유와 사유재산이 전제조건이 되어야 한다. 최근에 장성급 회담 결과로 서해상에서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같은 주파수로 교신하자는 합의나, 상대방을 비방하고 자기 쪽을 선전하던 확성기를 휴전선에서 떼어 내리는 쌍방의 실천에서 우리 민족은 남북한간의 상호신뢰가 태동하는 걸 보았다.
상호신뢰라고 하는 생명이 잉태되기에 비무장지대 휴전선만큼 좋은 곳도 없다. 확성기를 내린 것처럼 땅에 묻힌 지뢰들을 제거하고 서로 겨누고 있는 총부리와 각종 살상무기들을 약 1,000 평방킬로미터 되는 휴전선에서 제거하자. 그리고 그곳에 평화통일민족병원을 시작으로 민족종합운동장, 예술관, 박물관, 미래관, 식물원, 동물원, 또 생태연구소 같은 시설들을 만들자.
그렇게 될 때 6개국이 모여 지난 몇 년째 못 푸는 한반도 문제도 쉽게 풀 수 있는 신기한 일이 우리 조국에서 일어나리라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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