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뱅크 아이케아 매장앞 정원에서 열리고 있는 야외 영화상영. 시원한 바람과 별빛속에서 온가족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한밤 놀이터서 ‘활동사진’보던 추억이…
버뱅크 아이케아 매장앞
유니버설 시티 워크 특설
담요-비치타월 지참토록
쥬세페 또르나또레 감독의 시네마 파라디소(Cinema Paradiso)는 달동네에서의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을 추억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 곳곳에 담겨진 시칠리아 섬의 아름다운 풍경, 가슴을 아리게 하는 엔리오 모리꼬네의 사운드 트랙, 시네마 파라디소를 가장 좋아하는 영화 리스트 첫 번째로 꼽게 만드는 이유는 이것말고도 여럿이다. 영사실에서 일하는 알프레도 영감을 도와 극장의 자잘한 일을 도와주던 소년 또또. 나이로 보아 결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이 두 친구는 그들이 사랑하는 정겨운 마을 사람들을 위해 영화를 선물하자는 깜찍한 이벤트를 계획한다.
담요를 같이 두른 연인들의 모습이 다정하다.
마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깜빠닐레(종루)에 흰 광목 천을 걸어놓고 험프리 보가트가 나오는 영상을 비추니 3D 아이맥스 영화관이 부러울까. 광장에 채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은 영화를 보겠다고 때아닌 달밤에 배를 띄워 노까지 저어댄다.
척박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그리고 꿈을 꾸기 위해 영화에 몰입하던 시절, 알프레도와 또또가 선사한 무료 영화제는 순박한 시칠리아 사람들의 여름밤을 잊혀지지 않는 축제로 만들었을 것이다.
누군가 영화는 눈을 뜨고 꾸는 꿈이라 했다. 길고 긴 여름 밤, 해가 지고 나도 아직 대지의 뜨거움이 수그러들지 않는 시각.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야외에서 눈을 뜨고 꿈을 꿀 수 있다면. 이런 바람이 헛되지만은 않았다. 영화의 도시 할리웃이라는 명성에 제법 어울리는 무료 영화 야외 상영 행사가 요즘 곳곳에서 마련되고 있으니 말이다.
올 여름 유니버설 시티워크에서는 21세기의 최첨단 영상기기와 함께 무료 영화 야외 상영 시리즈를 마련한다. 어디에서나 잘 보이는 대형 화면이라 나쁜 좌석은 한 군데도 없다. 앞자리 의자는 먼저 오는 순서대로 앉도록 했다.
담요나 비치 타월을 가져간다면 조금씩 싸늘해지는 저녁 무렵의 찬바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담요 안에서 피부가 닿으며 가족의 살가운 정을 확인하는 시간은 행복으로 물들 터이다.
무료 영화 야외 상영 시리즈는 버뱅크의 아이케아(IKEA) 매장 앞 정원에서도 마련된다. 영화와 별 상관없는 아이케아에서 무료 영화제를 실시하는 이유는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이벤트를 준비해 인근 샤핑몰에 고객들을 더 끌어 모으기 위한 것. 좋은 목적의 행사로 포장됐으니 그 정도 상술쯤은 눈감아 줄 만하다.
타이틀이 올라가고 영화가 시작되면 할리웃의 화려함과 짜릿함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마법과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웬만한 친척보다 가깝게 느껴지는 클래식 무비 스타, 아빠보다 존경스러워 보이는 액션 영웅들의 이야기, 가슴 안타까운 러브스토리, 무지개 넘어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 영화 속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다 존재한다. 어린 시절 공포영화를 보며 느꼈던 스릴, 로맨스 드라마를 함께 보았던 옛 애인과의 추억, 영화를 보는 동안 당신의 가슴속에선 꼭꼭 담고만 있었던 기억들이 하나둘 되살아날 지도 모른다.
지금이야 70년대 서울 명동의 금싸라기 땅값 같지만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을 꿀 수 있을 만큼 땅값이 쌌다. 이 넓은 대지에 가득했던 드라이브 인 영화관. 갈 곳 없는 틴에이저들은 꼬리 긴 캐딜락을 타고 이들 드라이브 인 영화관을 찾았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대형 화면의 ‘무기여 잘 있거라’를 보며 서로 어깨를 기대고 풋사랑을 나누던 드라이브 인 극장. 60세를 넘긴 미국인들의 사춘기 시절 추억에는 늘 야외의 드라이브 인 극장이 자리한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가로 인해 현재 남아있는 드라이브 인 극장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올 여름 마련되는 야외 무료 영화 상영 행사들은 드라이브 인 극장을 그리워하는 올드 타이머들에게 시간을 되돌려놓는 듯, 추억을 일깨워주지 않을까. 기억의 축을 되돌려 놓는 듯한 경험은 할리웃 극장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처음 보며 가슴 떨었던 당신에게도 예외 없이 고스란히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