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상사는 이야기 아름다운 모습

2004-05-29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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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나 잡지에 등장하는 최고의 미인들, 배우들, 모델들의 모습이 물론 아름답지만 내면의 아름다움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감동을 일으키는 것 같다. 이왕이면 외모도 아름답고 내면도 아름답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게 그리 쉬워야 말이지. 하기야 만에 하나 그런 사람이 드물게 있긴 있다.
내 주위에도 그런 사람이 있는데 빼어난 외모에, 멋진 스타일에, 마음씨 좋고 솜씨 좋고 재주 많고 그야말로 두루두루 다 갖춘 기막힌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예외이고 조물주께서는 공평하셔서 보통 외모를 가진 보통 사람들에게 내면의 아름다움을 골고루 주신 것 같다. 의외로 보통 사람들에게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가 많으니 말이다.
며칠 전의 일이다. 집 근처에 있는 인 앤 아웃(In N Out) 햄버거 집에서 햄버거를 시켜 먹으면서 우연히 창밖으로 눈을 돌리게 됐는데 거기서 기막히게 아름다운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남미계로 보이는 자매인 듯한 두 젊은 여인이 침대 매트리스 두 짝을 끙끙거리며 저쪽에서 이쪽 미니 밴이 있는 데로 하나씩 옮겨 놓더니 다음에는 그것들을 역시 끙끙대며 미니 밴 지붕에다 올려놓는다. 그 다음에는 차안에서 기다란 천을 꺼내서는 둘이서 뭐라고 의논을 하며 드디어 작업을 시작하려는 찰라(아마도 매트리스를 묶으려는 듯) 저만치서 유럽계로 보이는 푸른 유니폼을 입은 건장해 보이는 중년 남자 두 사람이 급히 다가오더니 그 자매들에게 뭐라고 말을 건네고는 도로 자기들이 주차해 둔 듯한 하얀 밴으로 가서는 둘둘 말린 노란 테이프를 가지고 와서 열심히 땀을 뻘뻘 흘리며 매트리스를 묶어준다.
나는 한 두어 번 적당히 묶어주고는 그만 둘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넓이로 길이로 네 번씩 야무지게 단단히 묶어주고는 제대로 됐는지 흔들어 확인해 보더니 만족스러운 듯 그 자매들에게 다 됐다는 표시를 한다. 자매들은 고맙다 하고는 차를 타고 출발하는데 이 두 남자는 땀이 흐르는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기쁘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우면서 손을 흔들어 배웅까지 해 준다. 아 -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내 머리에 그 장면들을 잘 찍어 두었다.
미국을 가끔 방문해서 네 손가락만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애우 희아양의 생글생글 웃는 티없이 맑은 모습, 중증장애우로서 키보드를 코로 연주한다고 해서 코보드라 불리우는 엄일섭씨의 환-히 웃는 밝은 모습, 미모와 지성으로 앞길이 창창했건만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3도 화상을 입어 얼굴이 온통 일그러져 옛 모습을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그런 기막힌 와중에서도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남을 즐겁게 해 주는 여유를 가진 이지선양의 여유롭고 행복한 모습, 어쩌면 그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는지 모르겠다.
또 손주들을 사랑과 헌신으로 돌보시는 연로한 할머니들의 주름진 얼굴과 허리 굽은 모습에서 감동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는 머리를 숙인다. 나도 손자 녀석을 하루 종일 돌본 적이 있는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어린 손주들을 나이 들어 돌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캄보디아에서 선교하시는 두 여선교사님이 잠시 이곳에 들르셨는데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고 환경이 열악한 그 힘든 곳에서 선교하시느라 얼굴은 새까매지고, 몸도 많이 수척해 보였지만 기쁨과 의욕이 넘치는 그 모습에서 숭고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는 가슴이 벅찼다.
그 외에도 양로원을 방문해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로해 주시는 분들, 노숙자들에게 줄 햄버거를 굽느라 땀 흘리는 여러 봉사자들, 칠 팔순 고령에도 교회를 위해 김치를 담그고 만두를 빚는 노 권사님들, 어린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STOP 사인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 다정하게 손을 잡고 혹은 팔짱을 끼고 서로 의지하며 산책하고 있는 노부부의 모습.
한바퀴 더 빙 둘러보니 온통 내 주위에 있는 모든 분들의 모습이 다 아름다워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렵다. 눈에 띄지 않게 아름다운 일을 하시는 분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분들에게 둘러 싸여있는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아-, 나도 이런 아름다운 모습의 대열에 끼고 싶다.

신은실<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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