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주말나기 서핑 즐기는 김진주양
2004-05-14 (금) 12:00:00
“파도 맛들이면 다른운동 재미없죠”
바닷가를 거닐다 보면 널빤지에 몸을 의지한 채 파도를 타는 서퍼들을 발견할 수 있다. 단단한 몸, 구리 빛 피부, 건강미란 바로 이런 것을 칭하는 걸 게다. 헤엄 치는 것도 쉽지 않은 보통 사람들로서는 바다를 온 몸으로 느끼며 파도를 희롱하는 서퍼들이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와는 다른 종의 생명체처럼 느껴진다.
김진주(18, 학생)양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서퍼라는 특별한 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보통 사람들에 비해 훨씬 발달된 그녀의 넓은 어깨와 가무잡잡한 피부를 보면 서퍼들은 그녀가 자신들과 같은 인종인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4년 전 처음으로 서핑을 경험했던 날을 그녀는 아직도 바로 어제의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 여름방학 때 편한 마음으로 친구를 따라 나섰던 바닷가, 그 날 이후 이렇게도 완전하게 서핑에 사로잡히게 될 줄은 그녀 역시 짐작조차 하지 못했었다.
배우기 쉬우냐는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첫 날부터 파도 위에 균형을 잡고 설 수도 있지만 몇 년이 지나도 밸런스조차 못 잡는 경우도 허다해요.” 그녀의 경우는 첫날부터 완벽하게 균형을 잡아 서핑의 신동이 났다고 친구들의 축하 인사를 받은 경우.
그 날 이후 김진주양은 거의 매일 서핑을 하러 바닷가를 찾는다. 겨울철은 추운데 서핑을 할까 싶었다. 하지만 이 어린 서퍼에 따르면 가장 파도가 좋은 계절이 겨울이란다. 인적이 드문 바닷가에 서퍼들이 파도를 타고 있는 모습은 마치 물개들의 군집처럼 볼 만한 광경이다.
가끔씩 엄청난 크기의 파도가 밀려올 때면 무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파도는 그녀의 가장 좋은 친구다. 그 울렁거림, 그 스릴, 글쎄 경험해 보지 않은 우리들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하루라도 파도를 타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서핑을 좋아하는 그녀는 서핑이 중독성을 가진 레저라 얘기한다. 자연과 친화적이고 운동 효과도 좋으니 중독치곤 참 건전한 중독인 셈이다.
서핑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는 그리 많지 않다. 준비물로는 웨트 수트, 그리고 서핑 보드가 필요하다. 매번 갈 때마다 돈을 내야 하는 것도 없이 그저 밀어닥치는 파도와 한 몸이 되어 노니는 레저가 서핑이다. 바다를 가장 가까이서 체험하는 그들은 아주 특별한 인류들.
몇 해 전에는 별 생각 없이 샌개브리엘 서핑 대회에 출전했다가 졸지에 2등 상을 받기도 했다. 주말에는 아침 일찍부터 파도를 타러 나가니 하루 종일 바닷가에서 산다는 표현이 맞을 게다. 쉬엄쉬엄 파도를 타다가 그도 시큰둥해지면 혼자서 조용히 바닷가를 거닐기도 한다.
서핑은 요즘 젊은 세대들이 가장 열광하는 레저 가운데 하나. 미녀 삼총사에서 카메론 디아즈가 비키니 차림으로 멋지게 파도를 타는 장면을 본 젊은 세대들이 갑작스레 서핑에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선장은 항해를 할 때 악풍마저도 이용할 줄 안다. 김진주양은 우리 인생에 바람이 불고 파도가 치더라도 발을 구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만큼 오랜 세월을 살지는 못했다. 하지만 파도를 타면서 오랜 시간을 살아가도 겨우 깨우칠까 말까 한 진리들을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깨닫게 됐다.
<박지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