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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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에서 악몽으로

2004-05-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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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의 무의미한 전쟁으로 이라크에서 미군 10여명이 어제 또 목숨을 잃었다. 부시와 체니는 9.11진상조사위원회 앞에 동반 출석했다. 이라크에서 미국이 곤경에 처해 있는데 이들은 여전히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려는 희망에 매달려 있다.
워싱턴 일각의 전쟁 환상주의자들의 입장은 지금 이라크에서 도전 받고 있다. 환상주의자들 자신에 의해서가 아니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고 있는 용감하고 애국심 넘치는 미군들에 의해서다.
미국 지도자들은 베트남에서도 유사한 환상을 가졌었다. 아마 환상에서 깨어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당시 베트남 주둔 미군 대변인이었던 배리 조시언은 지난해 쓴 책에서 “우리는 베트남에서 1969년께 평화협상을 체결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72년까지 질질 끌어 희생자가 두 배로 증가했다. 2만5,000명의 미군이 추가로 사망한 게 정당화될 수 없다”고 증언했다.
부시가 군함 위에서 이라크 전쟁종료를 선언하는 정치 쇼를 벌인 지 1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지금 이라크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언제 어떻게 손을 떼야 하는지 모른다. 이라크 주민들의 마음에는 반미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
USA투데이-CNN 여론조사 결과, 이라크 주민들은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해보다는 득을 더 가져다 준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3월말과 4월초에 실시된 여론조사이다. 그 이후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우리는 총부리를 들이대며 민주화를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것이 먹혀들겠는가.
우리는 수많은 이라크 무고한 주민들을 죽게 했으며 멀쩡한 상점들을 폭격했다. 과연 이러고도 이라크 주민들의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단 말인가. 부시는 우리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 들였다. 그러나 이 사태를 종식시킬 방법을 모른다. 역사에서 얻어야 할 가장 소중한 교훈은 환상 대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밥 허버트/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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