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쟁을 보는 문화적 차이

2004-04-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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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인질로 잡혀 있던 일본인들이 풀려나 일본으로 돌아가자 그들은 환대가 아니라 조소를 받았다. 이라크에서 칼로 위협받던 이들은 일본에서도 생명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이들은 4월초 팔루자 인근에서 납치됐다 2주 후에 풀려났다. 이라크 납치자들은 일본이 군대를 철수하지 않으면 이들을 살해하겠다고 TV를 통해 협박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언론은 냉담했다. 이번 일은 납치를 당한 사람 잘못이라는 것이다.
우선 이들은 납치 당함으로써 일본의 인도적 구호 정책을 방해했고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이라크에 갔으며 자기 목적을 일본의 국익보다 앞세웠다는 것이다.
인질들의 가족은 이들이 아직 이라크에 잡혀 있는데도 일본인들의 비난 전화를 감수해야 했으며 정치인들은 이들을 구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가 이들을 일본으로 데려올 비행기를 보내기는 했으나 나중에 항공료를 청구했다.
일본인들은 우리와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직장에서 일하지만 우리와 다른 문화권에서 살고 있다. 비슷한 것은 피상적인 것에 국한된다. 일본이 이렇게 우리와 다른 데 이라크는 어떻겠는가.
그럼에도 부시는 중요한 부분에 있어 그들은 우리와 같다고 주장한다. 그들도 우리처럼 자유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다. 부시가 흔히 하는 말처럼 “자유는 미국이 세계에 준 선물이 아니라 신이 세계에 준 선물”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문화적 차이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가 없다. “자유가 신의 선물”인지는 모르지만 이들 중에는 이를 박탈하기 위해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것이 신의 뜻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다른 인종을 차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배운다. 그러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편견이 아니다.
미국에서라면 납치됐다 석방된 인질들은 환영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들은 찬밥이다. 이라크 인질 이야기는 일본 문화 이야기만이 아니라 미국인이 가지고 있는 편견에 대한 경종이다.

리처즈 코언/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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