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길 잃은 케리

2004-04-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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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원들은 이라크 사태가 꼬여가고 있는데 어째서 자신의 후보가 부시에게 쳐지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유엔과 다른 나라의 수도를 직접 방문하겠다”고 케리는 말했다. 유엔에 가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가.
그가 유엔이라고 했을 때 이는 안전보장이사회를 의미한다. 유엔 안보리는 5개의 상임 이사국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가 그중 하나고 영국은 이미 우리편이다. 중국은 우리 중동 정책에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이고 러시아는 처음부터 이라크 전에 반대해왔다.
지금은 부패가 만연했던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 조사에 반대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프랑스뿐이다. 파리를 방문해 시라크 앞에서 아양을 떨면 처음부터 전쟁에 반대했던 프랑스가 상황이 악화돼 가고 있는 지금 우리편을 들어줄 것 같은가.
부시가 매일 언론에서 공격당하고 있는데도 케리의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 국민은 책임감 있는 국민이며 전쟁은 중차대한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부시가 훌륭한 이라크 정책안을 갖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유엔과 외국 수도를 순방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다.
케리가 반전 노선을 택하지 않은 것은 인정해줄 만 하다. 그는 지금 이라크에서 철수하는 것은 재난임을 알고 있다. 또 그렇게 했다가는 첫 번째 이라크 전에 반대했다 두 번째는 찬성하고 그런 후에는 870억 달러 예산 지원에 반대한 그로서는 변덕스러운 후보로 낙인찍힐 것이 뻔하다.
그러나 그의 뚜렷하지 못한 태도 때문에 랠프 네이더는 반전 후보로서 자리를 잡게 됐다. 많은 리버럴과 좌파들은 자신들이 증오하는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기 힘들 것이다.
케리의 문제는 부시의 목적은 지지하지만 방법에 있어 차이가 있다는데 있다.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케리는 이라크 이슈에서 부시에게 뒤질 것이다.

찰스 크라우트해머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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