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약’에 빠졌던 부시

2004-04-14 (수)
크게 작게
부시 대통령은 빈 라덴의 테러위협을 보고 받고도 텍사스에서 약 3주간 휴가를 즐겼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에 몰입해, 이에 협조적인 탈레반 정권을 칭찬했다.
부시 행정부는 마약 수확을 조절하는 대가로 2001년 유엔 기구를 통해 탈레반 정권에 4,300만 달러를 지원했다. 그리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탈레반 정권에 추가 재정지원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빈 라덴과 알 카에다가 탈레반 정권의 비호아래 아프가니스탄에서 암약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2001년 8월 크리스티나 로카 국무부 남아시아담당 차관보가 압둘 자에프 파키스탄 주재 탈레반 대사와 회동했다. 로카는 이 자리에서 알 카에다의 위협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탈레반과 알 카에다가 군사적, 이념적, 재정적으로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무시하고 말이다. 더구나 이 회담이 열린 날은 알 카에다의 위협이 적힌 메모가 부시에게 전달되기 4일 전이었다.
로카는 그저 빈 라덴을 추방하라고 요청했고 자에프는 이에 대해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자에프는 이 회담이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시 행정부는 그해 5월 유엔을 통해 탈레반 정권에 지원금을 주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경제가 엉망인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마약 생산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각 지방 토호세력과 탈레반의 재 결집에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마약이나 9.11 테러사건과 아무 관련도 없는 이라크의 수렁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로버트 쉬어/LA타임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