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 주문해서 조립한다

2004-04-1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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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르고 있는 요즘, 최신 기술로 미리 제작된 부품들을 가져다 조립만 하면 되는 현대식 주택들이 들어설 날이 다가오고 있다. 뉴욕주 북부에는 현재 오스트리아에서 제작된 집이 조립되고 있고, ‘글라이드하우스’라는 다른 스타일의 조립식 주택도 곧 캘리포니아주 멘로팍에 전시될 예정이다. 또 다른 조립식 주택 LV도 현재 제작되고 있으며 질 허버스가 조립식 주택의 발전과정을 기술한 책 ‘조립식 현대주택’은 6월에 출판된다.

유럽·미·캐나다식 다양
10만달러면 1천스퀘어피트 거뜬
갈수록 기술·디자인 발전

건축가들이 대량 생산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주택회사들이 디자인이 더 좋지만 가격은 저렴한 조립식 주택의 시장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대두된 이 같은 경향에 대해 소비자들 역시 주택은 자동차처럼 간단히 대량 생산되는 것이 아니며 아무에게나 알맞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가고 있다.
이제까지 조립식 주택이라면 극소수의 원형이 박물관 마당에 진열되어 있을 정도였지만 네덜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같은 나라들은 국가가 보조금까지 지급해가며 조립식 주택 개발을 지원했다. 그중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오스카 레오 카우프만은 특별히 북미주를 겨냥, ‘OA SYS’를 디자인했는데 그중 하나가 뉴욕주 북부의 소읍에 현재 건조중이다. 주말에 뉴욕시에서 벗어나고 싶은 한 부부가 건축주로 붙박이 가구까지 포함된 모든 부품이 4개의 컨테이너에 실려와 역시 오스트리아에서 온 조립팀에 의해 2개월만에 세워졌다. 그 자재나 처리한 솜씨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어 훌륭해 대 만족인 주인은 대지 정지부터 주택 및 조립팀의 운송 및 숙식비까지 모두 합해 30만달러 정도를 들였다.
미국에서는 젊은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조립식 주택에 흥미를 보이고 있다. 저렴한 자재를 사용한 조립식 주택에 관심이 많은 맨해턴의 건축회사 ‘롯-에크’의 파트너들인 주제페 리냐노와 에이다 톨라가 만든 이동식 주거공간(MDU)의 원형은 작년 가을 UC 샌타바바라 미술관에 전시에 이어 내년 여름에는 뉴욕의 위트리 뮤지엄 마당에 설치된다.
조립식 주택에 끈기 있게 천착해온 로시오 로메로가 현재 원형을 제작중인 LV 홈 역시 그 모델이 미주리주 페리빌에 전시되어 있는데 쏟아져 들어오는 주문의 3분의 1은 남가주에서 온다. 면적이 1,150스퀘어피트인 LV 주택의 기본 단위 가격은 2만9,000달러로 여기에 북미주라면 3,000달러 정도의 운송비가 추가된다. 그러나 대지나 전기 및 배관 시스템, 실내 마감 작업 등은 모두 집 주인이 그 지역 업자와 계약을 맺어 해결해야 한다. 그 작업에 5만~10만달러가 든다해도 10만달러 안팎이면 새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토론토의 조립식 주택 제조사 로얄 홈즈는 토론토의 콘 슈니어 건축회사가 디자인한 조립식 주택으로 625~1,000스퀘어피트의 3가지 모델을 가진 Q 시리즈를 10만달러 정도부터 팔고 있다. 로얄 홈즈는 Q시리즈와 그보다 더 큰 ‘글라이드하우스’라 불리는 모델을 2~3개월 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다. ‘글라이드 하우스’는 14×48피트의 상자형으로 모든 부품을 플랫베드 트럭 하나에 적재할 수 있게 디자인됐다. 오는 5월 15일. 캘리포니아주 멘로팍의 선셋 잡지사 본부 마당에 전시될 이 주택의 기본형(672스퀘어피트)은 8만1,000달러로 부엌, 화장실과 침실 하나를 갖췄다. 침실이 2개인 1,344스퀘어피트 형은 16만1,000달러인데 로얄홈 관계자는 “디자인이 좋기 때문에 작은 공간에서도 편안하게 살 수 있다”고 장담했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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