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 장래의 열쇠

2004-04-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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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장래를 결정할 열쇠는 수니 트라이앵글이 아니고, 시아파가 거주하는 남부지역도 아니며, 비교적 평온한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이다. 쿠르드족 거주지는 이라크 다른 지역에 비해 안정되고 민주적 분위기가 퍼져 있다. 언론자유, 여성인권 등이 신장돼 있고 경제재건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쿠르드족이 우려하는 것은 번지고 있는 폭력사태다. 미국은 시아파의 지지를 바탕으로 수니파를 눌렀다 그러나 이제 시아파가 들고 일어섰다. 재선을 노리는 부시는 6월 30일까지 주권을 이라크에 이양함으로써 이라크가 안정돼 가고 있다는 것을 미국민에게 과시하려 하지만 사태는 여의치 않다. 유엔을 무시하고 전쟁을 개시한 미국은 이제 유엔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쿠르드족은 독립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1,200~1,400만명의 쿠르드족이 사는 인접 터키는 결사반대다. 미국도 쿠르드족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 분위기다. 전쟁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도 찾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이라크가 분열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쿠르드족으로서는 이를 잘 안다. 독립요구는 그만큼 어려운 과제이다. 그러나 이라크가 내전에 휩싸인다면 자치권에 대한 요구를 전혀 무시할 수만도 없다.
쿠르드족은 시아파 지도자인 알 사드르와 협상을 하기 힘들다. 또 내전에 휘말리면 쿠르드 거주지역도 안전할 수 없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학살을 경험한 쿠르드족은 이번에 독립을 이룰 기회를 맞았다. 이라크 장래와 관련해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내전, 시아파가 지배하는 이라크, 몇 개로 나뉘는 이라크 등이다. 이 가운데 세 번째 시나리오가 위험하더라도 가장 낫다. 쿠르드족에게 자치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미국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라잔 메논/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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