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책임감 있는 사진보도

2004-04-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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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디슈 거리를 끌려 다니는 군인 시체든 네이팜 탄 공격을 받고 도망치는 소녀 사진이든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뛰어내려 죽어 가는 사람 사진이든 이를 실을까 말까를 결정하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다.
지난 수요일 팔루자의 이라크 인들이 미국인 시체를 난도질하는 사진도 그랬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까를 놓고 오후 2시부터 저녁 늦게까지 토의했다.
전쟁의 잔혹상을 보여주면서도 센세이셔널 하지 않게 보이게 하는 것이 과제였다. 어떤 결정을 내려도 불만을 품는 독자는 나올 것이었다.
처음에는 다리에 시체를 매단 사진은 너무 잔혹하다는 이유로 기각됐지만 이번 사건은 이라크 전에서 기념비적인 사건일수 있다는 이유로 재고됐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충분히 사건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다리 위의 시체 사진은 1면에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 날 다른 주요 신문들을 봐도 이같은 포스트의 결정이 적절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일률적으로 결정하는 기준은 없다. 일부 독자들의 반응은 이해가 가지만 포스트의 결정은 책임 있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야만적인 전쟁의 한 가운데 있다. 언론의 역할을 이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지 그 결과에 대해 염려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진은 반전 운동에 이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전쟁의 추함을 화장으로 덮지 않는 것이다. ‘나이트라인’ 프로에 출연한 퇴역 장성 잭 킨이 이에 대해 올바른 말을 했다. “우리는 전쟁의 실상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릴 의무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사실의 왜곡이다.”
마이클 게틀러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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