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클라크의 9·11 사태에 대한 사과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증언 중 “나는 실패했다”는 구절은 전혀 진실성이 없다. 클라크가 그 후 두 시간 반에 걸쳐 한 얘기는 자기만 빼고는 모두가 잘못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참사의 책임을 정부에 돌림으로써 9·11 사태로 죽은 사람들은 알 카에다가 아니라 부시의 희생자임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이는 마드리드 테러 희생자가 부시 때문에 죽었다는 주장과 도덕적으로 비슷하게 추악하다. 그들은 오직 알 카에다의 희생자일 뿐이다. 클린턴은 오클라호마 테러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고 레이건은 베이루트 폭파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으며 루즈벨트는 진주만 기습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대목은 클라크 자신이 자기 제안을 모두 시행했다 하더라도 9·11 사태를 피할 수는 없었음을 시인한 것이다. 이는 뉴스위크 표지에는 실리지 않았다. 부시가 9·11을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아프가니스탄 침공? 부시는 대량 살상 무기 제조 국가로 소문난 이라크가 테러 단체를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침공했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테러를 미리 막기 위해 아프간을 쳐들어가지 않았다고 비난해야 하는가.
청문회에서 클라크는 9·11 사태 유가족의 비위를 맞추는데 특히 뛰어난 솜씨를 보였다. 소수의 이들 유가족은 ‘테러와의 전쟁’에 관한 한 특별 대우를 받고 있다. 이들이 우리의 동정을 받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들은 전례 없는 미 국민과 정부의 동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중 일부는 테러와의 전쟁이 어떻게 치러져야 하는 지를 지시하려 한다. 진주만 기습의 피해자들은 제2차 대전 수행에 관여하지 않았다. 오클라호마 테러 피해자들도 특별한 대우를 받지는 않았다. 클라크는 가짜 사과를 통해서 피해자들의 환심을 사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이들은 12년 동안 9·11 사태를 비롯 테러 방지의 총책임을 맡고 있던 사람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찰스 크라우트해머
/ 워싱턴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