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용주의 외교가 국익증진

2004-03-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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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에 미국은 국익을 고려해 구 소련과의 핵전쟁 방지를 항상 염두에 두었었다. 트루먼 대통령이 한국전을 완전한 승리로 이끌지 않은 것이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헝가리의 반소 봉기를 지원하지 않은 것이나 케네디 대통령이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지 않은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냉전 붕괴 이후 미국은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행동자유를 선언하고 있는 듯하다. 이라크 공격도 그러한 맥락이다. 하지만 미국의 국익은 항상 현실주의와 실용주의에 입각해야 증진될 수 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을 잊어선 안 된다. 미국이 하는 일은 모두 옳고 세계에 이를 전파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이라크 공격은 사실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고려됐었다. 그러다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러한 정책이 행동에 옮겨진 것이다.
지금 미국 국익의 최우선 이슈는 테러와의 전쟁, 대량살상무기 확산 저지이다. 여기에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과의 우호관계가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들 국가들이 미국의 정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어찌 생각하든 미국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펼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신보수주의자들이나 국제주의자들에게 이러한 논리는 잘 먹히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저마다 다른 국익을 갖고 있다. 미국이 입장과 충분히 다를 수 있다. 대선 캠페인 기간에 두 후보가 벌여야 할 정책 공방은 바로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국민은 메시아적 몽상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정책을 집행해 국익을 증대하는 지도자를 원한다.

디미트리 사이미스/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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