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간병인 조만철<정신과 의사>

2004-03-20 (토)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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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아야. 아야, 아야. 모든 곳이 아파.
왜 이렇게 죽는 게 힘이 들지. 눈감으면 다시 못 뜰 것 같아.
몇 분간 눈떴다가 몇 분간 자다가 아파서 신음소리를 내시다가 멍청하니 바라보시다가 화난 것 같은 표정을 보이시다가 가끔씩은 정신이 또렷하시다가 헛것이 보인다고 말하시다가…
86세이신 어머니는 당뇨병에 고혈압은 거의 조절이 되었지만 가끔 저혈당증으로 어지럽고 전체적으로 기운이 떨어져 자주 넘어지는 바람에 갈비뼈가 두 번 금가고, 쇄골과 엉치뼈에 금가고, 머리에 밤알 만한 혹 생기고 난 후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지난 3개월간 병원에 3번 입원하셨고 조카와 동생들과 아버님이 차례로 간병인 노릇하다가, 모두들 자기 일하는데 지장이 너무 많고, 어머니의 어머니는 어머니가 간호하세요. 우리는 이제 너무 힘들어 더 못하겠어요!하는 조카들의 항의까지 나오고, 며칠 밤을 새시던 아버님은 급성불면증으로 심한 우울증 증세까지 나타나 정신과 치료받으시고.
24시간 간병인을 쓸 필요가 있나? 하고 아들인 나는 한국으로 가서 어머님 간호한다고 하룻밤 옆에서 돌보아 드리는데 한 시간마다 깨시어(대소변 보기 위해 성격이 깔끔해서 꼭 ‘변소에 가려고 하다가 넘어짐’ 별 이유 없이 밖으로 나가시려고 한다) 그 다음날 아무 것도 못하고 도저히 계속 간호하기 힘들어 24시간 간병인에게 계속 부탁드릴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가는 분을 간병하는 배우자, 여러 자녀들, 병원에서 양로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 그들 모두의 수고스러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어느 시인이 얘기한 것처럼 삶이란 어쩌면 서서히 사랑하는 사람들을 결국은 헤어지게 만든다. 생을 마감하는 과정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의 아픔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어야만 하는 마지막 육체의 고통의 의미는 무엇인지!
어머니 사망 후에 미국서 방문한 아들이 정 뗄 시간도 주지 않고 그냥 가버리면 어떡해요? 하며 통곡을 했다고 한다. 살아남은 자의 고통은 또 어떻게 되는가. 고향 이발소 이발사가 들려준 질문을 어머니께 드려 본다.
하나님이 언제 부르시는지 압니까? 그것은 과일을 따는 이치와 같답니다. 과일이 익었을 때와 썩었을 때입니다. 어머니는 어느 쪽인 것 같습니까? 그거야 썩어서 따겠지하고 대답하신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신 어머니도 몸이 괴로우니 기도해 주러 온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빨리 하고 가라고 신호를 준다.
어머니, 잠만 자고 있어도 좋으니 오래 사세요. 그렇지만 너무 고통이 심하면 어머니의 부모님이 계신 천당에 가서 기다리세요. 우리도 어김없이 거기서 만날 테니까요.
막내 동생에게 가끔씩 도망 다니면서 간병하거라 부탁하니 동생의 표정이 여유로워진다.
다음은 조병화 시인의 ‘밤의 이야기’에 나오는 시 몇 줄을 소개한다.

’원래 생명은 아픔에서 시작이 된 거다/ 그리고 아픔을 뚫고 태어난 거다/ 그리고 그 아픔을 뚫고 다시 돌아가는 거다…
그리고 소리 없는 소리 저 소릴 들어보아라/ 하나의 생명이 숨져가기 위하여 신음하는/ 피울음 저 소리...
실로 위대한 거란/ 아픔을 마지막 거두고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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