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투 이기고 전쟁에 진 야권

2004-03-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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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국회의 행동을 규탄했다. 국민의 3분의2가 탄핵안 가결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들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일대는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구하자’는 구호를 외치는 시민행렬이 이어졌고 다른 중소도시에서도 이러한 시위가 전개됐다. 이들은 군사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간신히 이룬 민주화가 국회에 의해 하루아침에 되돌려지는 상황이 됐다며 분개했다.
이번 시위는 2002년 미군 장갑차가 한국 여중생들을 치어 숨지게 한 사고로 발생한 반미시위에 버금가는 규모였지만 폭력사태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현지의 한 서방외교관은 한국이 혼란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근거 없는 것이며 한국은 정상적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티와 같은 혼란을 우려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모든 게 민주주의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탄핵 가결 소식이 처음 전해지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불안심리가 확산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들의 이를 수습하기 위해 경제규모 세계 12위인 한국이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민심을 다독이고 외국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한 정치학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재판관들이 법을 엄격히 적용하느냐 아니면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했다. 재판관들이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지만 만일 탄핵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한국 사회에 불어닥칠 혼란을 전혀 무시할 수만도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어찌됐든 헌재의 결정은 6개월간 끌 수도 있다.
친노 세력은 헌재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탄핵반대 시위를 벌일 것이며 이러한 사회분위기는 노무현 대통령을 다시금 권좌에 앉힐 뿐 아니라 그의 힘을 더욱 강하게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야권이 전투에선 승리했지만 전쟁에선 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탄핵안 가결 이후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가 급등했다.
노 대통령 지지자들도 그의 이라크 파병 결정이나 잇단 정치적 실책에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다시 한번 뭉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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