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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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동성애자의 결혼

2004-03-1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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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자신이 동성연애자임을 밝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 요즘은 자신이 채식주의자라고 얘기하듯 서슴없이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을 공개할 뿐만 아니라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자는 움직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며칠 전에도 연예인 로지(Rosie D.)가 레즈비언 애인과 샌프란시스코에서 결혼 면허증을 받는다고 손잡고 나란히 포즈를 취한 사진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 논쟁으로 술렁거리고 있어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갈 이슈가 아닌 것 같다. 한 예로 중국의 2001년 결혼법만 하더라도 결혼하려는 남녀가 결혼 전에 고용주에게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의무규정은 폐지하겠으나 동성연애자 결혼은 금하고 사무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장밍량 내무부 관리가 완강하게 말한 것이 CNN 뉴스거리가 됐다.
부시 대통령은 신성한 남녀간의 결혼만을 고수하는 입장이고 AFA(American Family Association) 같은 기관의 강력한 동성애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성연애자 이슈는 나날이 불거져 ‘헌법개정’을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매서추세츠주는 연방 헌법을 개정하자는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다. 연방의원들도 동성결혼을 공공연히 비난하는 쪽과 지지하는 쪽으로 나뉘어 팽팽히 맞서고 있으며 찬성론자들은 2006년까지는 법을 바꾸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유일하게 동성연애자의 권리와 혜택을 인정하고 있는 주는 버몬트이며 캘리포니아주는 가족법 규정(300과 308.5)에 의해 남녀사이의 결혼만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샌프란시스코의 시장 가빈(Gavin Newsom)은 주 헌법(Article 1) 규정의 잘못을 이유로 가족법의 규정(Code)이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동성결혼 주장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쪽과 합법화하자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부시 대통령은 헌법을 개정하여 동성결혼을 불법화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이 요즈음의 추세다. 이제까지 미 헌법을 바꾼 적은 27번밖에 없다. 헌법을 개정하려면 연방 상원과 하원의 ⅔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그 후 50개 주중 ⅔이상의 찬성투표를 받아야 한다. 바꿔 말하면 38주 이상의 주에서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 후에도 여러 절차가 있는데 그렇게 승낙 받은 개정안을 상, 하원 승인이 난 후 7년 안에 ⅔이상을 지지를 받아야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이다. 이렇게 헌법을 바꾸는 절차는 까다로울 뿐 아니라 많은 시간이 걸린다. 요즘 여론은 60~65%(계속 바뀌고 있음)가 동성연애자 결혼을 반대하고 있는 추세이며 부시 대통령이 개정법을 거론한다 해도 그것에 대해 승인이나 거부를 행사할 권한이 없다. (714)901-4545

박재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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