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또 민주당 망치려나

2004-02-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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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더는 과연 책임의식이나 수치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인가? 현안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가 느닷없이 출마하겠다고 하니 에고로 똘똘 뭉친 사람에 다름 아니다. 4년 전 대선에서 네이더가 출마하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고어가 대통령이 됐을 것이다.
이번 선거의 쟁점은 공화당이 재집권하게 되면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의 원칙에 영원한 상처를 준다는 점이다. 환경, 노동자, 빈곤층, 민권 등에 별 관심이 없는 공화당의 질주를 저지하지 못할 것이다.
부시의 이라크 전쟁이나 지구온난화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거짓에도 불구하고 부시가 지명한 법원과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는 묵묵부답이다. 양당 체계가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당 지배보다는 낫다. 네이더의 출마는 바로 이러한 일당 지배를 지속시키는 것일 뿐이다.
음침한 나이트클럽에서 노래 부르는 한물간 여가수처럼 네이더는 ‘아동포르노 기업’과 ‘공산독재 중국과의 무역’을 질타했다. 중국과의 무역에 대한 그의 언급은 냉전적 사고에 바탕으로 한 것으로 현실과는 동떨어진 생각이다. 세계지도를 다시 그리려는 신제국주의자들의 손에 놀아날 수 있는 시각이다. 네이더는 지난 4년간 부시 행정부가 가져온 재앙에 도전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자신이 속해 있던 녹색당의 지원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독불장군 식으로 불쑥 나섰다.
나도 한때는 그를 지지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선거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그가 나서자 공화당만 희색이다. 지금 걸려 있는 사안이 너무 중요하다.

로버트 쉬어/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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