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순련씨가 작업실로 쓰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전시회 작품들을 미리 공개하고 있다.
희수전 여는 서양화가 김순련씨
’나에게 있어서 그리는 일과 같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매달려도 재미있는 일이 따로 없으니 어쩌랴!’
여류화가 도라 김순련씨가 지난 88년 남가주 한인미술가협회 연감에 실은 ‘지난 이야기들’의 마지막 문구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림 그리는 일이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김씨가 올해 희수(77세)를 맞아 3월5~14일 도산홀에서 한미연합회 초대 작품전을 갖는다.
김씨의 이번 작품전은 희수를 기념하는 개인전의 의미도 있지만,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단체를 위해 봉사하고 싶어서 마련한 한미연합회 후원 모금전시회다.
그림에 대한 애착만큼 봉사하기를 좋아하는 김씨는 그 옛날, 고 이태영 박사가 설립했던 한국의 ‘가정법률상담소’ 건물후원 전시회부터 크고 작은 모금 전시회까지 우리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건실한 단체 후원을 위해선 자신의 작품들을 선뜻 기부하기로 유명하다.
이젤을 설치하기엔 공간이 부족해 동양화 그리듯 캔버스를 마루바닥에 펼쳐 놓고 유화를 그렸다는 김씨가 이번 전시회에 소개하는 신작은 20여점. 한국의 정취가 묻어나는 정겨운 풍경이 있고, 두 마리의 말, 하늘로 솟아오르는 용, 소띠 나가신다 등 동물을 그린 작품, 작고한 남편과 다녔던 여행의 추억이 담긴 작품, 그리고 과거에 김씨가 발표했던 ‘흰 새들의 고향’을 연상시키는 작품도 있다.
지난 99년 LA 현대화랑에서 열렸던 남가주 원로작가 초대전과 이화여대 서양화 50년 역사를 총 정리한 서울 조선화랑 기획 ‘우리들의 50년 세월전’ 이후 각종 그룹전과 초대전을 통해 꾸준히 작품 발표를 해왔던 김씨는 한 번 발표한 작품은 절대로 다시 전시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갖고 있기도 하다.
캔버스를 앞에 두고 앉아 머릿속에, 마음속에 떠오르는 구상을 그림으로 그린다는 김씨는 올해가 원숭이띠라서 원숭이를 그려볼까 했는데, 원숭이라는 동물은 사람들이 재수 없게 생각해서 이왕 기부하는 그림이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다른 동물들을 소재로 택했다고 한다.
김씨의 호인 ‘도라’(일본어로 호랑이)가 지니는 의미는 해방과 더불어 화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이북의 고향을 버리고 38선을 넘어 재입학을 했던 이화여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을 다닌 사람들이 모두 아는 잡지만화의 주인공이 ‘도라’ 짱이지. 야무지고 기지가 있는 새끼 호랑이였는데, 기숙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내가 도라짱 같이 보였나봐. 그래서 별명이 붙었고 후에 화랑을 내면서 아예 호를 도라로 했어.
이화여대 서양화과 1기 졸업생인 김씨의 그림은 한국이나 남가주에서나 인기가 높은 편이다. 80년대는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은 거의 모두 그 자리에서 팔렸고 지금도 고령의 김씨가 발표하는 작품들은 소장가치가 높아 김씨의 전시회를 기다리는 한인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