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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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의 이면

2004-02-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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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고전적 스토리’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열심히 일한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체계적으로 흡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얘기는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환상이 되어 가고 있다. 대통령 선거의 해인 올해 상당수 유권자들이 바로 이런 느낌을 갖고 있다.
중산층은 지금 어려움에 처해 있다. 세계화와 아웃소싱은 대선의 핫 이슈가 됐다. 중산층은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기보다는 경제적으로 한 단계 미끄러져 내려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과 주식시장은 한껏 부풀어 있다. 그러나 중산층은 그렇지 않다. 외국의 값싼 노동력이 풍부해, 생산성만을 추구하는 대기업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외국으로 빼내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은 초당적이다. 공화당 지지자인 한 시민은 제조업뿐 아니라 정보기술 분야의 일자리도 외국으로 나가는 상황이라며 우려했다.
그는 일자리가 외국으로 나가 저임금 노동으로 제품을 생산하면 미국 시민들이 물건을 싸게 구입하게 돼 결국 나쁠 게 없다는 자유무역 주창자들의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화이트 칼러 미국인들은 자신에게 마땅하다고 여기는 직장을 구하기 힘든 현실에 불만을 토해낸다.
자유무역 주창자들은 미국인들에게 더욱 중요하고 괜찮은 일자리가 기다릴 것이라고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다국적 기업에 너무 많은 자유를 부여했다. 그 결과 그들은 중산층을 쥐어짜고 있다.
부시, 케리, 에드워즈 등 누구도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른다. 세계화가 미국 노동자들에게 어떤 혜택을 가져다줄 지에 대해 경제학자나 전문가들도 확실한 답변을 주지 않는다.
미국 노동자들에 무관심한 기업과 세계화의 압력이 가속화하면 과연 우리의 삶의 질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 그나마 이러한 현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다행스런 일로 여길 뿐이다.

밥 허버트/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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