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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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한 수퍼 보울 쇼

2004-02-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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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미국의 대중문화에 대해 흥미진진해 하고 있다. 수퍼 보울 해프타임 쇼는 지구촌 방방곡곡에 전파를 타고 퍼져나갔다. 바다에 떠 있던 배에서도 시청자들이 즐겼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도 TV를 보았다. 아마도 그들이 새로이 갖게 된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된 첫 사례가 될 것이다.
이는 당연하다. 미국 대중가요 전통은 세계에서 가장 다채롭고 풍성하기 때문이다. 루이 암스트롱, 로버트 존슨, 젤리 모튼, 빌리 할러데이, 페기 리, 듀크 엘링턴, 행크 윌리엄스 등등. 쟁쟁한 음악가들을 떠올려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엔 무언가 잘못됐다. MTV가 마련한 수퍼 보울 해프타임 쇼는 미국의 음악과 문화에 치명상을 입혔다. 예술성은 찾아볼 수 없었고 무의미하고 저질스런 꼴불견이었다. 이들은 마치 회교 원리주의자들의 성전인 ‘지하드’를 촉발하고 정당화하려는 것 같았다. 대단히 멋진 수퍼 보울이 그저 심드렁한 행사로 전락하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미국은 돈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과도하고 타락한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에 젖어있는 게 아닌가 한다. 그래서 수퍼 보울을 돈 잔치, 저속한 문화로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술, 진실, 파워, 생명력은 수퍼 보울에 내재해 있다. 내년에는 이를 다시 끄집어내야 한다. 요란한 광고와 상업적인 쇼를 대폭 축소하고 시청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전달할 수 있는 잔치가 돼야 한다.

크리스핀 스타트웰/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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