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건강한 결혼, 건강한 사회

2004-01-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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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은 “건강한 결혼”을 권장하기 위해 15억 달러를 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결혼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다. 내가 보기에 부시 제안은 종교적 우파 지지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이다. 동성 연애 결혼을 전통적인 결혼에서 제외하기 위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일부에서는 정치적 색채가 깃든 이 제안을 폐기하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이다. 부시의 제안은 진지하지 않을지 몰라도 결혼은 중대한 문제다. 결혼에 문제가 있을 때 사회 전체가 문제에 빠진다. 건강하고 행복하며 쓸모 있는 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의 희생이 필요하다. 결혼이 영속적이라는 보장이 없는 한 이런 희생을 감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혼은 아버지를 자녀에 묶어두는 수단이다. 그러나 우리는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면서 더 이상 이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믿게 됐다. 아버지의 역할이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면 아버지와 자식들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미국 도심지에서는 더 그렇다.
결혼 감소는 일자리를 가진 남성 부족과 함께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결혼이 가정에 꼭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가속화됐다.
부모가 있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가정 아이들보다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교육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부모 한쪽만 있는 가정은 수입도 적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10년 전 애니 케이시 재단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살이 넘어 자녀를 갖기 전 결혼한 사람들의 자녀 가운데 저소득층에 속하는 경우는 8%에 불과했다. 반면 그렇지 않은 가정 자녀는 79%가 가난했다.
결혼은 중요하다. 우리 모두 결혼을 축하하고 권장하며 직장 분위기를 결혼 생활에 우호적으로 만드는 등 결혼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생각해 볼 때다.

윌리엄 래스프베리/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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