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음지의 미국인들

2004-01-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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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은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이를 일부러 무시하는 것 같다. 부시는 국정 연설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감세를 영구화 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일자리 창출이라니. 부시가 취임한 이래 2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최근 통계는 부자를 위한 감세가 중산층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는 주장을 비웃고 있다.
국정 연설 이틀 후 코닥사는 전 직원의 23%인 1만2,000~1만5,0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창출된 일자리는 고작 1,000개에 불과하다. 경제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고임금 직종은 사라지고 저임금 직종만 늘고 있다. 뉴햄프셔만 해도 새로 생기는 일자리 임금은 사라지는 일자리에 비해 35%나 낮다.
뉴햄프셔는 현재 일자리가 불황이 끝난 2001년 11월보다 적은 30개 주의 하나다. 경기가 활기차게 회복되고 있는데 수백만 가정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은 체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살펴봐야 한다. 그 와중에 뉴욕과 플로리다, 가주 정부는 재정난으로 아동 건강보험 등 복지 예산을 깎고 있다.
부시가 한 말 가운데 한 가지는 옳다. 미국민들은 세상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국민이다. 이들은 수지를 맞추기 위해 오버타임을 하거나 2개, 3개의 잡을 갖고 있다.
대기업과 부유층의 이해관계는 일반 미국인과 같지 않다. 현재 정부는 특권층의 이해를 돌보는데 급급할 뿐 절대 다수인 보통 미국인들의 필요와 희망에는 무감각하다.

밥 허버트/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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