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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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진실

2004-01-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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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많다. 그들은 부시 행정부의 균형 예산을 위한 노력이 진심이 아니라고 말한다. 또 이라크 공격 계획이 9·11이 터지기 7개월 전 이미 수립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라크가 실제로 대량 살상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확증도 없었는데 이라크와 전쟁을 하는 바람에 테러와의 싸움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시 증오자들은 할리웃을 좋아하는 좌파 변태들로 치부됐다.
나는 처음 폴 오닐이 재무 장관으로 임명됐을 때 이를 환영하지 않았다. 그의 친구들 말대로 오닐이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어째서 부시 행정부가 정직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진 즉시 사임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부시 행정부 내부에 관한 날카롭고 귀중한 진실을 밝힘으로써 당시 내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론 서스카인드의 새 책 ‘충성의 대가’는 주로 오닐이 제공한 자료에 기초해 쓴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는 감세와 무역, 지구 온난화 등 모든 이슈에 있어 핵심지지 계층을 만족시키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정책 분석에 늘 우선하는 집단이다. 오닐과 그린스팬은 미래의 불확실한 흑자에 기초해 대대적 감세를 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2001년 5월 그린스팬은 오닐에게 부시의 감세안에는 앞으로 재정 적자가 발생할 때 어떻게 한다는 대책이 없다며 이는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부시 행정부는 같은 주장을 하는 감세안 비판자들을 비웃었었다.
2000년 대선 캠페인 때 “감세의 대부분은 저소득층에게 돌아간다”고 말한 부시는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는 배당금에 대한 면세 조치를 취할 경우 고소득층만 혜택을 볼 것을 우려하면서 보좌관들에게 “우리는 이미 그들에게 혜택을 주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한 것으로 이 책은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이 밝힌 사실 중 가장 놀라운 것은 2001년 2월 국가 안보 회의에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이미 이라크의 정권 교체를 주장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는 이같은 사실이 수없이 많다. 이를 읽어보면 부시 행정부가 현명하고 정직하다는 환상을 더 이상 갖지 못할 것이다.
궁금한 것은 이 책이 감세를 반대하는 사람을 모두 환상적인 좌파로,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위협을 과장했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음모론자로 몰아세우는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해줄까 하는 점이다. 육군 대학 보고서까지 이라크 전은 테러와의 전쟁을 우회시켰다고 하는 판에 사담 체포가 미국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딘의 주장을 무시하거나 오닐이 사실을 밝힌 이상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의 구실을 찾고 있었다는 클라크의 말을 허술히 여길 수는 없다. 지금까지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오닐의 인격을 문제삼았을 뿐 그의 주장을 반박하지는 못하고 있다. 오닐의 TV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서류가 기밀 문서인가를 밝히는 데 급급하고 있을 뿐이다.
일부에서는 사담이 잡혔고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마당에 이는 문제 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담이 체포된 후 4주 동안 그 전 4주보다 많은 미군이 죽었다. 실업률이 줄어든 이유도 일하는 사람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좋은 뉴스가 몇 번 나왔다고 부정직하고 무책임한 지도자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는 없다.

폴 크루그먼/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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