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잘못된 이라크 정보

2004-01-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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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최근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미국 측 정보를 반드시 신뢰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정치적 목적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이라크에 대해 미국이 갖고 있는 정보가 잘못되었으며 부시 행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바람에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지난 주 워싱턴포스트가 집중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전쟁 전 이라크는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할 동기와 수단은 갖고 있었으나 실제로 개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것만으로도 사담 후세인이 유엔 결의안을 위반한 것은 분명하다. 만약 미국이 유엔 결의안 준수를 촉구하지 않았더라면 이라크는 미국이나 그 우방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대량 살상 무기를 갖게 되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도는 전쟁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 대해 갖고 있던 정보가 잘못이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에 대한 정보를 조작했다는 증거는 없다. 클린턴 행정부나 이라크 전에 반대한 다른 서방 국가들도 이라크가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하려 한다는 정보는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체니를 비롯한 고위 관리들이 이라크의 위협을 과장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들은 이라크 사태를 설명하면서 “우리는 안다”거나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말을 자주 썼다.
그러나 이런 과장이 가장 큰 문제는 아니다. 이보다 심각한 것은 미 정보 기관이 이라크처럼 중요한 문제에 관해 이처럼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었다는 점이다. 의회도 이에 관한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부시 행정부가 자진해서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를 밝히는 것이 급선무다. 무엇이 진정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가를 밝히려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야만 차후 부시 행정부의 발언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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