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라티노 표 노린 부시

2004-0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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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방문 노동자를 두겠다는 부시대통령의 개혁안은 시기적으로 우연이 아니다. 부시는 선거철을 맞아 급증하는 라티노 표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물론 정치적 의도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좋은 정책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고, 이민 정책은 개혁이 절실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부시의 이민개혁안이 그가 말한 대로 “미국민들이 원치 않는 일자리들을 채울”지는 의문이며 이번 제안으로 그가 라티노 표를 보너스로 얻게 될 지도 의문이다.
연방 센서스 자료에 의하면 이민은 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2002년 사이 매년 평균 140만명에 달한다. 불법 체류자들이 미국민들이 원치 않는 농업분야의 일자리를 메우고 있기는 하지만 엄청난 숫자의 다른 일자리들도 노동력 조달이 안 되는 일자리들인지는 의문이다. 지난 2000년 이후 제조업 분야 일자리 280만개가 해외로 나갔다. 16살에서 24살 연령층 흑인 남성의 실업률은 52%에 달하며 흑인들은 제조업 분야에서 평균 이상으로 일자리를 상실했다.
라티노는 전국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민족으로 민주당, 공화당 모두 그들의 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부시는 오래 전부터 성공적으로 라티노 지지를 받아왔다. 1998년 그는 텍사스 공화당 주지사 후보로는 처음으로 엘파소 카운티에서 승리했다. 2000년 대선 당시도 부시는 라티노 표의 35%를 얻어냈고 2004년에는 더 차지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라티노는 한 개 이슈로 모두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 단일 표밭을 형성하고 있지 않다. 이민이 라티노에게 중요한 이슈이기는 하지만 경제나 교육 또한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부시는 골치 아픈 세부사항들은 의회에 떠넘긴 채 이민에 대해 뭔가 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려는 것이다. 하지만 부시 자문관들은 라티노 표밭에 대해 섣불리 단정짓지 말아할 할 것이다. 라티노 단일 표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LA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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