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물꼬 튼 이민개혁 논쟁

2004-01-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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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대통령이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시끄러운 이슈를 건드렸다. 이민개혁이다. 부시의 방문 노동자 프로그램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것은 나오지도 않았는 데 벌써 보수진영과 이민자 권익옹호 진영에서 시끄러운 공방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이 안고 있는 가장 괴로운 토론의 장을 다시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시는 박수갈채를 받을 만 하다. 미국의 이민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그가 인정했다.
매년 불법이민자가 35만명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부시의 개혁안은 점점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이며 허술해지는 국경수비 정책을 어떻게 보완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하지가 않다. 하지만 부시는 미국 이민정책의 가장 근본적 갈등을 제시함으로써 문제를 제대로 파고들고 있다. 국경을 철통같이 수비해야 하는 문제와 미국이 필요로 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이민국 요원들의 눈을 피해 적당히 넘어들어 오도록 하는 문제 사이의 밀고 당기는 싸움이다.
기본적으로 백악관이 원하는 것은 주로 비숙련 일자리를 위한 방문 노동자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개혁안이 단순히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거나 멕시코 정부측과의 회담에 맞춘 서곡 이상의 의미를 가지려면 보완할 것이 많이 남아있다.
부시는 미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일자리를 등록하는 일자리 등기소를 만들어 이들 자리에 대해서는 고용주가 미국내 불법체류자나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지만 얼마나 많은 숫자를 허용할 것인지 비자가 만료된 후 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만약 방문 노동자들이 볼때 영주권 취득의 희망이 없을 경우 이들은 비자 만료 즈음해 대거 음지로 숨어버릴 공산이 크다.
부시대통령은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불법 체류자들의 안녕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국경수비를 강화하면서 경제적 필요도 충족시키자는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런 보수 색채를 가미한다 해도 제대로 된 이민정책 개선안은 연방의회에서 세일이 어렵다. 그래도 부시는 세일을 시작했다.

뉴욕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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