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시 대 딘’의 선거전

2004-01-06 (화)
크게 작게
대통령 선거의 해가 밝았다. 예비선거는 거의 임박했다. 이라크에서나 경제로나 좋은 소식이 들려오는 지금으로 봐서 올 선거는 부시의 선거이다. 민주당 공화당 양쪽에서 모두 그런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이었을 때를 기억해야 한다. 1992년 선거의 해로 접어들 무렵 그 역시 당연한 승자로 관측되었었다. 걸프전 승리의 여세를 타고 그의 인기도는 높았다. 사실 부시전대통령과 측근들은 승리에 너무 자신한 나머지 침체해 가는 경제에 제때 손을 대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그는 연초에는 승자처럼 보였다가 11월 선거에서는 패배한 대통령이 되고 말 았다.
현재 경제 전망은 밝지만 언제 또 먹구름이 낄지 모른다. 그리고 이라크로부터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오면 부시 인기도는 곤두박질 칠 수가 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은 선거전 초반에는 유리하게 마련이다. 업무를 수행하고 회의를 주재하는 등 그가 하는 일들이 늘 대중의 눈에 보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으로서는 부시가 민주당 후보들에 비해 호감을 사고 있다. 민주당 후보들 중에서는 하워드 딘이 선두를 달리고 있어 부시의 적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딘은 조지 맥거번과 지미 카터에 자주 비교된다. 맥거번은 내가 알기로 도덕성이 높은 인물이다. 따뜻한 성품에 유머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 입장이 너무 강했던 것이 문제였다. 반면 닉슨은 베트남 전쟁이라는 논란 많은 이슈에 대해 양다리를 걸치는 노련함을 보였다. 닉슨은 베트남에 파병된 군인들의 노고를 지지하는 한편 그렇지만 전쟁에서 미국이 발을 뺄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었다.
카터는 원칙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침례교 교회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했고 자서전에서 중생의 경험을 기술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입장은 남부 기독교 유권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해서 결국 포드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될 수 있었다.
카터는, 맥거번 처럼 무척 호감이 가는 인물이었다. 진지함과 친밀감이 있고 잘 난척 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기자들과도 무척 친하게 지냈다.
하지만 딘은 그렇게 친밀감이 가는 인물 같지가 않다.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 TV로 봐서는 잘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전쟁이나 경제, 혹은 둘다 상황이 나빠져서 부시의 인기도가 떨어지면 그때 부시를 누를 수 있는 인물이 딘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 봐서 대선 토론에서 부시를 곤궁에 빠트릴 수 있는 인물은 민주당 후보들 중에서 딘 밖에 없는 것 같다.


갓프리 스펄링/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