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퍼 이미지나 니먼 마커스 같은 가게에게는 이번 크리스마스는 즐거웠다. 지난해보다 매상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마트 등 싼 물건을 주로 취급하는 가게는 이보다 훨씬 못했다. 아직 최종 매상이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고가품 취급 업소가 호경기를 누린 반면 중하류 층을 상대하는 가게는 그저 그랬던 것이 분명하다.
이것만 가지고 본다면 경기 회복은 소수계층에 국한돼 있고 대다수는 그 덕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많다. 상무부 통계는 지난 봄부터 계속된 경제 성장과 대다수 미국인의 소득이 무관함을 보여준다. 3·4분기 GDP는 8.2%나 성장했지만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 임금은 0.8%밖에 늘지 않았다. 11월부터 지난 6개월간 통계도 임금 상승이 0.65%에 불과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어째서 근로자들은 경기 회복의 덕을 보지 못하는 것일까. 일자리 때문이다. 지난 8월부터 일자리를 늘기 시작했지만 한달 평균 9만개 정도로 미미한 편이다. 클린턴 시절 22만5,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구 증가에 따른 일자리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만도 15만개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일자리는 늘지 않더라도 소득이라도 늘면 좋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기업들은 고용을 늘리지 않고도 생산성 향상으로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생산성 향상은 임금 상승을 가져왔다. 그러나 이번만은 예외다. 구직 난으로 고용주들은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압력을 받지 않고 있다. 경제 정책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근로자의 실질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공식적인 실업률은 5.9%지만 실제 상황은 이보다 더 나쁘다. 일자리를 찾다 지쳐 아예 취업을 포기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더 이상 실업자로 간주되지 않는다. 취직을 하고 있는 사람도 원래 자기가 원하는 직장이 아니라 마지못해 있는 수가 많다. 해고당한 직원이 다시 취업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20년래 최악이다.
일자리도 없고 임금도 오르지 않는다면 경제 성장의 덕을 보는 것은 누구인가. 기업이다. 기업 순익은 3·4분기 40%나 증가했다. 이는 결국 주주들이 덕을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식을 갖고 있는 미국인들이 과반수가 넘는 지금 이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가정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은 수천달러 규모에 불과하다.
기업 수익 증대로 이익을 보는 계층이 누구인가는 의회 회계국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하위 소득층에 속하는 미국인의 60%는 불과 8%의 기업 소득세를 냈다. 상위 5%가 세금의 67%를, 상위 1%가 49%를 낸 것이다 기업 순익을 부풀리고 임금을 올리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 경기 회복은 소수 부유층에게만 유리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경기 회복은 대다수 미국인에게는 재미는 있지만 다른 사람 얘기인 리얼리티 TV를 보는 것과 같다.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사정은 다르겠지만 현재까지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의문점은 대다수 미국인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기 회복이 얼마나 갈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고가품만 팔아서 경기 활성화가 될 수 있을까 조만간 그 대답은 나올 것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