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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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피 믿어서는 안된다

2003-12-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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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해 미군 탱크들이 이라크로 진격해 들어가자 리비아의 오랜 테러리스트 무아마르 가다피는 전략을 세웠다. 정권 교체 대상국 목록에서 다음 순서가 되지 않기 위한 전략 - 바로 선제 항복이다.

물론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는 않는다. 외교관들과 비둘기파는 이번 가다피의 결정을 수십년간 참을성 있게 진행해온 협상의 결과로 보고 싶어한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 폭탄 투하가 그를 유순하게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 3년후 그의 테러리스트들은 팬암기 폭파로 270명을 죽였다.

이에 따른 제재로 경제적 고통과 쿠데타 위협들이 뒤따랐고 이제 가다피는 리비아의 책임을 인정한 후 유가족들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면서 미국 석유회사들을 다시 끌어들이려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이 폭군이 생물무기, 화학무기, 핵무기 개발 및 구매를 자백하고 무기 사찰에 응하겠다고 말한 것은 그 때문이 아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막겠다는 미군의 막강한 힘 앞에서 그는 겁쟁이가 된 것이다.

가다피는 왜 그의 정보책임자인 무사 쿠사를 프랑스나 독일, 유엔이 아니라 영국의 토니 블레어에게 접근시켰을까. 그 이유는 사담과의 전쟁에서 영국이 미국의 제1 우방이었고 그래서 미국과의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유를 확산하려는 미국에 대해 충실한 친구가 되면 그만큼 이득이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적이 됨으로써 국가의 전략적 가치가 올라가지는 않는다.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와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레이더는 이번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불량국가들이 모두 말귀를 알아들은 것은 아니다. 리비아와 이라크 양국에 미사일을 제공한 당사국인 북한은 여전히 비타협적이다. 사담의 돈을 수십억 감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는 지난주 알카에다 자산 2,300만달러를 압수했다고 주장했지만 심문과정에 미국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9.11 이후 지구상에서 테러의 위협을 몰아내려는 부시의 외교정책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테러의 뿌리를 뽑으려 했던 미국과 우방의 결정은 옳았다는 것이 차후 사태들로 증명이 되고 있다. 가다피의 이번 결정에서 보 듯 오랜 독재국가에 자유가 소개되면 인근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이 막강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라크에서 사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알카에다가 이곳의 우리를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핵연료와 과학 기술을 이란으로 계속 실어 나를 것이다.

폭파된 팬암기에는 내가 다녔던 시라큐스 대학생 35명이 타고 있었다. 그들이 흘린 피를 가다피의 손에서 씻어낼 수는 없다. 전략상 우리는 결국 리비아의 석유산업 재건을 위한 투자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절대로 무아마르 가다피를 신임해서도, 잊어서도, 용서해서도 안 된다.

윌리엄 새파이어/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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