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후세인 생포’ 좋아 말라

2003-12-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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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생포를 축하들하고 있지만 부시 행정부에게는 곤혹스러운 이슈가 될 것이다. 후세인에게 전직 국가 원수에 대한 예우를 갖춰 재판이 열리고 후세인이 과거 미국과의 관계를 소상히 밝히면 시니어 부시와 도널드 럼스펠드가 1980년 초 후세인과 협력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또한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과학자들이 후세인의 보복이 두려워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길 꺼린다고 설명해 왔지만 이제는 후세인이 생포된 상황이므로 그런 ‘카드’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부시 행정부는 후세인이 핵무기를 개발해 알카에다에 이를 넘겨주게 되면 큰 일이라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했고 9.11 테러사건 이후 이를 반복해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이 9.11과 연계돼 있다는 증거가 없음을 시인했으면서도 후세인이 생포되자 그를 원리주의적 테러리즘에 연계시켰다.


알카에다에 자금을 지원하고 9.11 테러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 다수 포함돼 있고 시니어 부시가 사우디아라비아와 교분을 쌓고 있다는 점은 쏙 빼고 말이다.

부시 행정부는 후세인 생포를 빌미로 9.11 진상규명위원회의 임무를 방해해선 안 된다. 만일 부시가 진상규명을 방해한다면,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가 드러나 재선을 어렵게 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는 의혹만 살 것이다. 의회와 국민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아울러 후세인 생포가 우리를 더욱 안전하게 하지는 못한다. 미국이 과거 후세인을 어떻게 지원했는지 백일하에 드러날 뿐이다. 이란의 시아파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수니파인 후세인을 도왔다.

후세인이 이란을 공격했을 때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이라크를 테러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수교했고, 후세인이 쿠르드족을 개스로 학살한 뒤 시니어 부시는 이라크에 12억달러의 차관을 제공했다. 더러운 역사다.

지금 이라크인의 자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미군이 남아 있는 것은 우리의 동기가 제국주의적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로버트 쉬어/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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