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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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2003-12-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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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이 체포되자 이라크 국민들은 밀물같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허공에 축포를 쏘며 기뻐했다. 극렬 추종자 수천명 정도는 후세인 체포에 슬퍼하겠지만 대다수 이라크 국민들은 환호하고 있고, 그를 생포한 미군에 감사를 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후세인 축출에 반대했던 독일 수상과 프랑스 대통령조차도 이번 일로 미국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이다. 확실히 뭔가 상당히 의미심장한 일이 일어난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번 후세인 체포는 얼마나 의미가 있는 일인가. 후세인 체포로 이라크 사태가 어떻게 될 지 말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그가 생포되었다고 해서 전쟁이 곧 끝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라크 사태를 전통적 전쟁과 비교하는 것은 적당하지가 않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에서는 아돌프 히틀러의 자살, 일본에서는 히데키 도조의 체포로 두 전쟁 지도자들이 종말을 맞았고 그와 함께 반군의 저항도 종식되었다. 히틀러와 도조의 후계자들은 동맹군과 화해를 했고 군사들은 무기를 내려놓았다.

게릴라전의 문제점은 종전 협정을 맺을 만한 지도자가 없다는 점이다. 게릴라군은 전통적 군대에 비해 구심점이 없어 총공세를 펴기 어려운 약점이 있다. 반면 우두머리 한두 명을 제거한다고 해서 게릴라 활동이 중단되기 어려운 점이 힘으로 작용한다.

필리핀 전쟁의 경우를 보면 잘 알 수가 있다. 1899년부터 에밀리오 아기날도는 미국의 필리핀 점령에 저항해 처절한 싸움을 진두지휘했다. 1901년 3월 그가 체포되자 미국은 당장 전쟁이 끝난 듯 흥분에 휩싸였다. 생포된 아기날도가 자신의 추종세력들에 반미 투쟁을 끝내자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독려로 4,000명이 그를 따라 항복을 했다.

하지만 전쟁은 하룻밤 사이에 끝나지 않았다. 그 후 미군은 반도들의 공격으로 한꺼번에 40여명이 살해당하는 피해들을 겪다가 아기날도가 체포된 지 1년이 더 지난 후에야 겨우 전쟁이 끝났다.

최고위급 지도자를 체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쟁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이라크에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7월22일 미군은 사담의 두 아들, 우다이와 쿠사이를 사살하고, 이를 계기로 이라크에서의 골칫거리가 끝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 후 반도들의 공격은 더 심해졌다. 사담의 체포가 그 아들들의 죽음보다 더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이라크 사태를 끝낸다고 볼 수는 없다.

후세인이 테러리스트와 게릴라들을 직접 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사담의 장교들이 외국의 추종세력들과 협력해 산발적으로 여기저기서 게릴라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미군은 이전과 다름없이 반도들을 하나하나 체포해 내는 일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게릴라들의 반격은 계속될 것이고 사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이라크 전쟁이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후세인을 체포했듯이 정보력을 강화하면 미군은 큰 성공을 거둘 수가 있다. 사담이 체포될 수 있다
면 이라크에서 어떤 테러리스트도 안전할 수는 없다.

맥스 부트/USA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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