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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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인이 재판해야

2003-12-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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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윌/ 워싱턴포스트

사담 후세인 체포와 함께 국제기구가 그를 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나치 전범을 재판한 뉘른베르크 재판의 전례를 살펴보자. 나치 전범에 대한 기소항목 중에는 침략 전쟁을 일삼은 일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기이하게도 1939년 히틀러와 공모해 폴란드를 분할 점령한 소련 사람도 판사 중에 포함되게 됐다.

그의 제거를 결사 반대해 온 러시아와 독일, 프랑스 판사를 재판에 참여시킨다는 것은 어딘가 맞지 않는다. 사담 재판의 ‘국제화’에 반대하는 것은 이라크 재건에 전쟁에 반대했던 나라들을 배제하는 것보다는 더 정당한 이유가 있다.


후세인이 싸우다 죽었더라면 처리하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랬더라면 그에게 순교자라는 신화가 씌워졌을지 모른다. 피스톨을 들고 있었으면서 저항도 자살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그가 재판정에서 용감한 태도를 보일 것 같지는 않다.

이라크인들이 재판을 하면 그의 죄상을 공식적으로 밝혀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정권이 정통성을 얻게 될 것이다. 뉘른베르크 재판을 통해 나치와 다른 나라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지 않았더라면 중동지역에 널리 유포돼 있는 ‘유대인 학살 허구설’은 더 큰 신빙성을 얻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라크인에 의한 재판은 이라크인들의 자치 능력을 시험하는 효과도 있다. 지금은 불확실한 이라크 국가의 존재 자체가 재판을 통해 확립될 수 있다. 이라크인들의 기억을 되살림으로써 재판은 국가 건국에 도움이 되는 사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뉘른베르크 재판은 필요한 일이었지만 ‘인류에 대한 범죄’ 같은 사후 입법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전례를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사담의 피해자인 이라크인들이 재판을 맡을 경우 이런 문제가 사라진다. 1961년 이스라엘이 아돌프 아이히만을 재판한 데 대해서는 그를 아르헨티나에서 납치했다는 문제는 있었지만 재판을 국제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이에 비춰 봐도 사담의 가장 큰 피해자인 이라크인들이 재판을 하는 것이 합당하다.

사담 체포는 미 정치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일요일 팍스 뉴스에 나와 사담 체포는 좋은 일이지만 부시 행정부는 AIDS 문제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치 감각이 둔한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 하워드 딘은 후세인이 바그다드에서 도주했을 때보다는 좀 나은 발언을 했다. 그 당시 그는 후세인 축출은 좋은 일이라고 여겨진다고 말했었다.

사담 체포는 고어의 딘 지지 발언과 다우 10,000선 돌파와 함께 지난 주 있었던 세 가지 큰 사건의 하나다. 민주당은 미 유권자 다수가 사담 체포를 환영하고 있는데 과연 사담 제거에 가장 미온적이던 딘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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