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의 문예부흥

2003-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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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소평이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한 것은 지금부터 25년 전인 1978년 12월이다. 18년 후 그가 죽었을 때 그는 중국의 GNP를 4배로 키우겠다는 당초 목표를 앞질러 달성했다. 중국의 급속한 부상은 대만 문제를 둘러싼 충돌과 미국 경제 이익에 대한 피해 등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학자적 입장에서 보면 중국의 개혁과 개방은 르네상스에 버금갈 지적 활성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미국 큰 대학은 모두 여러 분야에 걸쳐 중국 유학생을 갖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수의 학생이 중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들은 중국 전역에 퍼져 지적 개화에 앞장서고 있다. 내가 있는 하버드의 경우 공대나 자연과학은 물론 거의 모든 학과에 중국 유학생이 있다. 3년 전 의학 학술대회가 열렸을 때 중국에서 300명 정도 의사가 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막상 700명이 왔다. 환경 문제에 관해서도 중국 학생들은 공해방지를 위해 대학 측과 긴밀한 공동작업을 펴고 있다. AIDS나 SARS 등 의료 문제도 그렇고 도시 계획이나 역사 유적 보존 등 여러 분야에서 협조가 이뤄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중국 인민해방군 간부들이 국제 안보를 공부하러 오기도 한다.

19세기 중국이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했을 때 많은 중국인들은 중국 정신을 유지하되 서양 기술을 받아들이기를 원했다. 그러나 모택동은 서양의 사상에 대해서는 빗장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제 전투는 끝났으며 폐쇄주의자들이 졌다. 방문학생 중에는 비교 민주주의를 공부하고 돌아간 이들도 있고 중국 공산당 간부들이 미국 학자들을 초청, 세미나를 열기도 한다.


아직도 중국에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부분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들이 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중국의 관영 언론은 사회의 개방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나 비공식적인 신문과 잡지들이 그 갭을 메우고 있다. 중국의 소설과 노래, TV 프로그램은 성과 부패, 관료주의의 오만과 같은 10년 전만 해도 충격적일 정도로 솔직하게 다루고 있다. 이런 것들이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중국의 문예부흥은 편협한 이론과 인위적 통제를 주장하는 관리들을 압도할 것이다.

에즈라 보겔/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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