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버블 신경 쓸 때

2003-12-0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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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경제 소식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비난하지 말라. 어제 언론의 머릿기사는 미국의 산업생산이 20년 만에 기록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용시장 전망 밝다는 내용도 눈에 띄게 다뤄졌다. 실직자들에겐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경제 앞날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런데 이러한 비관론자들에게 일격을 가하는 또 다른 좋은 경제 뉴스가 등장한다. 주가가 지난 18개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놀랄 일은 아니다. 약 14개월 전 다우존스는 7,286포인트까지 내렸다가 지금 약 2,600포인트나 상승했다.

다우지수 다섯 자리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느낌이다. 추수감사절 대목에 소비자들은 공장과 상가의 재고를 싹쓸이하듯 물건을 사들였다. 온라인 구매도 열기를 뿜었다. 그러나 이는 경제학자 존 케인즈가 지적한 것처럼 ‘동물적 열정’에 의한 것이므로 이 동물적 열정이 사그라지면 경제에 치명적이다.


경제성장 전망치와 생산성 향상을 더하면 경제 붐이 도래할 것 같다. 하지만 주가가 계속 올라 생긴 ‘부의 효과’가 소비자의 신뢰도를 자꾸 높이고, 경제 지표가 장밋빛 청사진만을 제시하며, 더 이상 진작책이 필요하지 않은 경제에 정부가 마냥 소비진작책을 지속하면 경제 붐이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적절히 정책을 운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1990년대 말에 보았던 것처럼 거품붕괴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버블붕괴의 경험을 교훈 삼아야 한다. 경제가 좋아진다고 해서 앞으로 더 좋은 상황만을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된다. 자유시장 경제에서 하강국면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에 대비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윌리엄 새파이어/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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