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구식 사고에 젖어 있는 중국

2003-11-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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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새 공산정권 지도부는 실용적이고 현대적이며 세계와 협력하는 인상을 심어주려 노력하고 있으며 일부는 성공을 거뒀다. SARS 위기를 공개적으로 처리한 것이나 북한 핵 문제 해결을 다자협상으로 이끌어낸 것, 세계 경제가 침체하고 있을 때 고성장을 이룩한 것 모두 외부인들을 놀라게 했다.
후진타오 집권 후 처음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원자바오 총리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정부는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조속한 시일 내 전국 규모의 선거를 실시할 계획은 없음을 분명히 했지만 어쨌든 이는 반가운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지도부 생각 중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대만 문제에 관해서는 전임자에 못지 않게 강경하다. 대만이 조국을 떠나려는 도발적 행동을 계속할 때 우리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원 총리는 말했다. 대만이 독립할 경우 무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협박이다.
이는 중국 지도부가 겉보기만큼 실용적이지도 깨어있지도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원 총리는 워싱턴 방문을 통해 부시 대통령에게 대만 독립을 막기 위한 압력을 행사해 달라고 부탁할 생각인 듯하다. 부시는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 대신 부시는 중국 정부의 대만 정책에도 현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 지금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대만을 협박하는 것은 독립 움직임을 부추길 뿐이다. 중국이 대만을 통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만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과 더 많은 경제 협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웬 총리가 말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관한 약속을 지키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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