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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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인가,이스라엘인가

2003-11-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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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이라크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비유하려 할 때 베트남과 이스라엘 두 케이스 중 어느 쪽이 더 적절한 지 가리기 힘들다.

우선 이라크에 주둔하고 잇는 미군이 처한 상황 자체만으로 보면 베트남 수렁을 견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미군이 지난주 반미 게릴라를 소탕하기 위해 이라크 중심부에 위치한 티크리트 인근을 맹타한 것은 이스라엘을 연상시킨다. 자살공격에 일일이 보복공격을 감행하는 이스라엘을 떠올린다. 그리고 민간 목표물에도 가차없이 공격을 가하는 것이 동일하다.

테러공격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들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자살테러이기 때문이다. 굳이 보복하지 않아도 이들은 죽는다. 물론 이들 테러범을 보낸 배후를 겨냥한다면 일리가 있다. 문제는 이들 테러범이 선량한 주민들 속에 숨어 있어 필요한 조치를 취하자면 무고한 양민의 희생이 따른다는 데 있다.


당연히 이 같은 응징차원의 공격은 더 많은 테러범을 낳는다. 테러범과 무관하던 일반인들은 테러조직에 가세할 것인지 아니면 외국 편에 설 것인지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테러조직에 합류하는 것이 대다수다. 이라크든 아프가니스탄이든 일반인들은 종종 선택권이 없다. 외국 편에 서는 것은 너무도 커다란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허약한 이라크 군을 상대로 전쟁에 승리하는 것은 쉬웠지만 말도 통하지 않고 경제와 질서가 엉망인 이라크에 평화를 심는 것은 만만치 않다. 사담 후세인을 미워했던 이라크 주민들조차도 자신의 가족과 친지들이 연합군의 공격으로 숨지는 것을 보고는 연합군을 좋아할 리 만무다. 이라크 주민들이 연합군에 대해 갖는 반감이 적어도 테러범들을 보호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미군은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보복을 가했다. 만일 연합군을 보호하고 게릴라들을 격퇴하기 위해서라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만일 이라크 주민들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다시금 생각해야 할 사안이다. 게릴라 소탕 목적이라도 일반 주거지 등에 군사행동을 가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력사용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테러범은 가볍게 여길 대상이 아니다. 병을 치유하기 위해 투여된 약에 의해 더 확산되는 공격적인 바이러스와 같다. 그리고 후세인이 이러한 상황을 계산에 넣었음직하다. 연합군을 주둔을 일단 용이하게 해 테러 공격에 쉽게 노출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후세인이 원하는 것은 승리가 아니라 혼란, 불확실성이라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가 현재의 재건방향을 줄기차게 밀어붙일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지만 과연 이 방향이 얼마나 안정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유엔의 후원아래 들어서는 이라크 정부에 모든 것을 이양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미군이 이라크로부터 명예롭게 철수하기를 바랄 뿐이다.

윌리엄 래스프베리/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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