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적’ 아니라 ‘관리’가 관건

2003-11-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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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지난 월요일 취임사에서 ‘새크라멘토의 기적’을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나는 믿음과 희망에 힘입어 당선됐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주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강한 책무를 느낀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공약이 경제의 기본을 변경해서는 안될 것이다. 캘리포니아 경제사정은 엉망이다. 미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도 슈워제네거는 취임하자마자 자동차 등록세 인상을 철회해 연간 40억달러의 적자를 추가시켰다.
그리고 슈워제네거는 주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18일 시작하는 주의회 특별회기에서, 기존의 채무를 포함한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내년 3월2일 주민투표에 회부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슈워제네거는 유세기간에,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소비할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의 자녀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헌데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다음 세대에 오늘의 빚 부담을 더 넘기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초당적인 의회 분석가 엘리자베스 힐의 지적대로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큰 빚을 지는 것은 채권발행은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이다.
그리고 이 채권발행은 부가적인 비용이 엄청나다. 2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경우 이자와 다른 비용이 첨가돼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일단 쓰고 보자는 식의 이 계획은 향후 30년간 매년 10억달러 이상의 주 예산을 갈아먹을 것이다.
분석가 힐의 주장대로 작금의 재정위기는 지출을 삭감하고 일부 증세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적자 100억달러는 향후 5년간 판매세를 달러 당 0.5센트 인상하면 메울 수 있다.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20~30년간 주민들이 빚을 짊어지고 사는 것보다는 5년간 고통을 감수하는 게 나을 것이다. 기적에 의지하는 것보다 많은 빚을 지고 생활하는 일반 소비자와 같이 정책을 펴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빚은 가능한 적게 지고, 수입을 감안해 규모에 맞는 생활을 하는 것 말이다. LA타임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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