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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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무역전쟁

2003-11-1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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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행정부는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경제가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그런데 세계무역기구가 월요일 지난 2002년 3월 부시 행정부가 부과한 철강관세가 국제무역 규정을 위반한 것이란 판정을 내렸다. 부시가 진정으로 미 경제회복에 자신이 있다면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과의 무의미한 갈등을 증폭시킨 철강관세를 철회해야 할 것이다.

부시가 말한 대로 경제가 정말 좋아지고 있다면 관세 없이도 철강산업이 회복돼야 한다. 물론 관세를 철폐하면 철강노동자, 업계, 이와 유착관계에 있는 정치인들이 저항할 것이다. 그리고 2004년까지 이를 보호하겠다던 부시는 허튼 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비난받을 것이다. 그러나 철강관련 일자리가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 저항의 목소리는 내년 선거 때쯤이면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부시가 관세를 유지하고 세계무역기구의 판정에 도전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철강관련 부품을 사용하는 업계에서는 관세로 인한 수입품 비용 증가로 경쟁력이 저하되고 일자리가 줄게 된다고 맞설 것이다. 다른 나라들도 미국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게 되고 결국 부메랑으로 미국의 일자리가 줄게 될 것이다.


미 철강업계는 국제 경쟁력을 갖추도록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려면 현재의 관세장벽이 적어도 향후 18개월간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만일 이렇게 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갖은 자세로 나올 것이다. 미국 상품에 대한 보복관세 장벽을 세웠을 때 미국 기업이 반발해 봐야 같은 태도를 보일 것이란 얘기다.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에 차 있는 대통령이라면 더 이상 철강 관세를 갖고 티격태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로버트 사무엘슨/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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