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는 부시 대통령
2003-11-11 (화)
근거 없는 낙관주의에 빠져 아무런 전후 계획도 없이 이라크로 진격했다.
그리고 이제 예상대로 상황이 진행되지 않자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부시는 바보가 아니다. 그러나 그는 국제정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 채 대통령이 됐다. 그의 마음은 백지상태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소위 네오콘으로 불리는 보수주의자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린 셈이다. 중동을 재편하려 했던 네오콘은 9.11을 십분 이용했다.
국방부에 포진한 네오콘은 국무부의 노력하고 현실주의적 사고를 갖고 있는 관리들을 따돌리고 이라크 사태를 주도했다. 그리고 이들은 망명 중인 아메드 찰라비의 말에 솔깃했다. 찰라비는 미국이 이라크에 진격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면 이라크 주민들은 이를 반길 것이고 이라크에 민주화와 자리하면 주변 중동국가들도 이를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꾀었다. 또 찰라비는 이런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이라크 석유를 팔아 충당하면 된다고 했고 네오콘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전쟁 자체는 나름대로 치밀하게 계획됐다. 그러나 문제는 전후 처리계획이 엉망이었다는 데 있다. 국제사회의 지원은 거의 없고 이라크 석유를 팔아 재정지원을 한다는 것도 요원하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그토록 기고만장하던 도널드 럼스펠드가 인정한 것처럼 장기간 어려움을 겪어야만 한다는 현실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이라크에 진격해 후세인을 제거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를 조목조목 집었다. 마땅한 ‘퇴로’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유엔을 도외시한 채 다른 주권국가를 공격할 경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의 아들은 부친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라크를 침공했다. 그리고 그의 부친의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제라도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부시는 아직도 완고하다. 이것이 문제다.
윌리엄 래스프베리/워싱턴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