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사담 치하의 이라크를 방문했을 때 사담 정부를 격분케 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거기서 나는 사담의 부하들이 회교 지도자의 턱수염에 불을 지르고 머리에 못을 박은 일을 묘사했다.
다음 날 나는 정부 당국에 소환돼 2명의 사담 하수인들에게 협박을 당했다. 그러나 둘 다 영어를 할 줄 몰랐으며 내 칼럼을 읽어보지도 않았다. 그 자리에서 나를 담당하던 감시인이 번역을 했다. 그 순간 나는 아찔했다. 그러나 내 칼럼을 그대로 번역했다가는 자기도 문책을 받을까 두려워한 그는 문제가 될만한 부분은 모두 빼고 번역했다.
거기다 내가 쫓겨나면 하루에 100달러씩 받던 안내 수당도 사라진다. 그 결과 수염을 태운 얘기도 머리에 못 박은 얘기도 모두 빠졌다. 때로는 단락을 통째로 삭제했다. 이를 읽은 이라크 관리들은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나를 그냥 방면했다.
이 에피소드는 사담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겠느냐를 알려주는 사례다. 사담 정권 붕괴 원인의 하나는 이라크의 현 상황을 정확히 읽지 못하고 오만과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요즘 부시 대통령과 그 보좌관들은 똑같은 문제에 처해 있다.
비판자들은 부시가 이라크 전이 얼마나 힘든지를 미 국민들에게 속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부시 행정부는 미 국민을 속이기 전 자신들 스스로가 속은 것이다. 증거를 종합해 볼 때 부시와 체니는 체니 말대로 미군이 ‘해방자’로 환영받으리라 믿었을지 모른다. 부시 행정부는 정보가 아니라 희망사항에 의지해 결정을 내렸으며 말재간이 뛰어난 사기꾼 아마드 찰라비에 놀아난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의 점령이 난관을 겪고 있다. 처음 미군은 약탈을 사담을 축출한 기쁨에 못 이긴 행동으로 여겨 제지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안전이 확보됐다고 판단, 이라크군을 해산했다. 다국적군을 불러들이는 일도 게을리 했다. 이들이 염두에 둔 외국군 중에는 터키도 있다.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부시 행정부가 속임수를 쓰려 하기보다는 환상에 사로 잡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라크에 조금만 있어 본 사람이라면 이라크인들은 결코 과거 식민통치국이었던 터키가 자신을 다시 지배하는 것을 용납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안다.
체니는 조그비 여론 조사를 인용, 이라크 사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이 조사를 한 존 조그비는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체니는 이라크인 대다수가 미국식 민주주의를 모델로 삼고 있으며 1년 이상 주둔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조그비는 23%만이 미국식을 지지하며 65%가 1년 이내 미군이 철수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낙천주의는 정치인 부시에게는 장점일지 모르지만 통치하는 데는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무분별한 감세로 재정 적자를 악화시키고 이라크전에 무모하게 뛰어든 것 또한 그 때문이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 뉴욕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