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려놓을 수 없는 무거운 짐

2003-11-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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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다는 남편이 사담 정권의 노여움을 산 25세 난 여성이다. 2000년 남편이 도주하자 페다옌 사담 대원들이 그녀를 집밖으로 끌어내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목을 베었다. 이를 지켜본 바트당 관리들은 그녀의 머리를 플래스틱 백에 넣고 자녀들은 어디론가 끌고 가 버렸다.

지금 이라크에서 싸우고 있는 자들은 이런 만행을 저지른 인물들이다. 이들은 적십자사 본부와 유엔 건물을 폭파하고 자유와 민주주의에 반대해 싸우고 있다. 지상의 쓰레기 같은 이 자들을 테러 잔당들이 돕고 있다. 이들이 쓰레기 같다는 사실이 우리에게는 유리한 점이다. 이런 자들은 민중반란을 이끌 수 없다.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그들이 약속할 만한 것은 없다. 그들은 오직 잔인함과 겁주기로 연명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유일한 질문은 누가 그들을 제거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부시 행정부 일각에서는 이라크인들이 이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20만명 규모의 이라크 보안대 창설을 서두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라크인들이 그럴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그들은 지리를 알며 정보도 갖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앞으로는 힘든 일은 이라크인들이 할 것이라는 신호를 미 국민에게 보낸다면 이는 실수다. 이제 막 훈련을 마친 이라크 경찰이 앞으로 6개월 내 닳고 달은 대량 살인마를 퇴치할 수 있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다.

이라크 문제의 이라크화는 장기적인 전략이기는 하지만 향후 6개월간 사태를 호전시켜야 하는 것은 우리 책임이다. 지난 주말 팔루자에게 미군 헬기가 격추된 것은 충격이다. 미국인들은 악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선하며 최소한 합리적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소말리아나 베이루트, 티크리트에서처럼 악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할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한다.

아군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무자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TV 화면을 통해 전달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참사가 벌어지면 많은 사람들은 조속한 철군을 주장할 것이다. 앞으로 6개월간 이라크인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때까지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가 테러와의 전쟁에서 우리가 테러리스트의 기를 꺾느냐 우리가 꺾이느냐 하는 중요한 고비임을 미 국민들에게 계속 일깨워야 한다.

부시는 우리가 살인자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도덕적으로 위험한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는 타락한 세계에 살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보다 나은 중동을 건설하기 위한 믿음을 지키면서 인간 본성의 어두움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 거기서 걸어나와서는 안 된다. 하이다를 죽인 자들이 미국을 이기게 해서는 안 된다.

데이빗 브룩스/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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