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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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떨리게 하는 방화범

2003-10-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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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화재로 사람이 죽고 집이 전소되고 들짐승과 날짐승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런데 동시다발로 발생한 이번 화재 중 일부는 방화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산불은 발화점을 찾기가 어렵다. 진화 후 화재현장을 샅샅이 뒤져도 쉽지 않다. 더욱 어려운 것은 충동방화인지 조직적 방화인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조직적 방화범의 소행이라면 수사가 더 어렵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고 자아에 도취돼 불을 질러 쾌감과 파워를 느낀다. 방화범은 사회적으로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는 남들 앞에서는 정상적인 인간으로 행세하는 교활함도 갖추고 있다.

조직적 방화범은 자신이 피할 시간을 벌기 위해 서서히 불이 옮아붙는 장치를 사용한다. 불이 번질 때면 방화범은 이미 멀리 도주한 상태다. 그러니 목격자가 나오기 힘들다. 범인은 하늘로 치솟는 불기둥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겠지만 우리의 가슴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번 산불 방화의 동기는 바로 이것이다. 방화범은 박진감을 느끼고 환상적인 쾌감을 만끽하려 든다. 자신이 만든 작품으로 여기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지난 수년간 간간이 발생한 소규모 방화의 범인들이 점점 더 큰 쾌감을 맛보기 위해 그 규모를 키워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연쇄살인범과 마찬가지로 방화범이 한번 파워와 자신의 통제력을 실감한다면 그는 더욱 커다란 일을 원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절대로 붙잡히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방화 수사요원들이 치밀하고 힘든 수사를 벌일 것이다. 방화범을 반드시 잡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펼 것이다.

조셉 웜바우/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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