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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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수용소 군도

2003-10-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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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방콕에서 부시는 주변 당사국들과 함께 북한 문제를 논의했다. 지구 반대편인 이곳 워싱턴에서는 북한 인권위원회라는 작은 단체가 북한 문제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인공위성을 통해 찍은 북한 강제 수용소 사진이다.

이 사진에는 북한에서 가장 흉악한 수용소의 하나인 여덕 단지의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여러 등급의 정치범이 수용돼 있는 마을과 광산, 제분소, 농장, 묘지가 그대로 보인다. 사진 중에는 또 다른 대규모 수용소인 북창 단지의 모습도 들어 있다. 시멘트 공장과 병원, 죄수 자녀를 위한 학교 등을 볼 수 있다.

나는 이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이 사진을 구하고 사진 내 건물들을 확인하기 위해 들어간 노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나는 또 외교관들도 알기 때문에 이 사진들이 그들을 움직이지 못하리라는 것 또한 짐작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중인들의 증언을 곁들인다 해도 이는 불충분한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런 수용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갇혀 있는지도 모르고 이들이 북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 수용된 사람들이 아동까지 포함, 하루 10시간 중노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안다. 수용소의 전모는 북한 정권이 무너진 후에야 밝혀질 것이다.


북한 수용소 사진은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북한에 대해 가장 발언권이 있는 중국은 자기 나라에도 이런 캠프가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해 알려 하지 않는다. 여기 관심이 있을 것 같은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두려워 해 오히려 이런 사진이 공개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이 사진은 한국 정부가 제공한 것이 아니다.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이 사진이 의미하는 것을 충분히 깨닫는다면 북한 정권 교체 이외의 다른 정책을 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북한 인권의 처참한 상황이 알려지면 질수록 이에 대해 아무 것도 하지 않기는 힘들어진다. 현재 이들 당사국들은 아무 것도 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모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북한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인가. 인권 침해에 관한 이야기가 북한에 흘러 들어간다고 해 독재 체제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 당국이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자신들은 이 문제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것을 힘들게 할 것이다. 이 사진과 증언은 김정일 정권에 대한 지지를 조금씩 갉아먹는 역할을 할 것이다. 시민들이 정부가 무고한 국민들을 고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 무한히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정권은 없다.

러시아와 세르비아, 남아공화국과 아르헨티나, 캄보디아의 예를 보더라도 인권 침해를 고발한 문서들을 체제 몰락에 기여했다. 사진이 혁명을 가져오리라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지만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더 이상 우리는 몰랐다는 변명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앤 애플바움/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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