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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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책- 레이건을 배워야.

2003-10-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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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이 요즘은 ‘악의 축’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이번 주 아시아 순방 중 핵무기 프로그램 포기 대가로 북한에 대해 다자틀 내 안전을 보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때 그 자신이 ‘핵 공갈’이라고 비난했던 바로 그 내용이다.
대북한 정책과 관련, 행정부내 이견이 대립 중이고, 대통령은 타협안과 정권 교체안 사이를 오락가락 하는 것 같다. 전자를 지지하는 측은 전쟁은 어떤 상황이든 너무 비용이 많이 들고, 미군의 절반이 이라크에 묶여 있는 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후자 지지진영은 제네바 협정을 이미 위반한 정권을 어떻게 믿고 거래를 하겠느냐는 주장이다.
양측이 모두 옳다. 그러나 전쟁이냐, 유화정책이냐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제3의 길이 있다.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모색하는 것이다.
부시의 영웅 중 하나인 로널드 레이건이 잘 보여주었다. 그는 구 소련 공산정권이 경제적으로 너무 피폐해서 미국이 조금만 압력을 가하면 세계 3차대전 없이도 소련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그는 유럽으로 가는 천연개스 파이프를 막고 사우디에 압력을 가해 유가를 하락시켰다. 러시아는 거대 원유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레이건은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아프가니스탄과 니카라과의 반공 반도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구소련이 이런 미국의 행보에 발을 맞추려다 보니 그러잖아도 약한 경제는 버텨낼 수가 없게 되었다.
경제적, 군사적 압박과 아울러 레이건은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공격했다. 그 때문에 비난을 받기는 했지만 그의 이런 태도는 철의 장막 뒤에 갇힌 공산국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었을 때 레이건은 동유럽 전역에서 영웅으로 치켜세워졌다.
레이건은 소련을 직접 무너뜨리지는 않았지만 내부에서 스스로 무너지게 했다. 구 소련 같은 철옹성에 이런 전략이 먹혀들어 갔다면 그와 비교도 되지 않는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기는 얼마나 쉬울 것인가.
북한은 이미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 지난 90년대 수백만명의 국민들이 아사했다. 새로 발표된 인권 보고서에 의하면 수십만명이 집단 수용소에 갇혀서 노예처럼 일을 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광물, 인삼 등 합법적 상품 수출과 마약, 미사일, 위폐 등의 불법 거래, 그리고 외국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이들 자금줄을 타겟으로 외교적, 군사적, 도덕적, 경제적 압력을 총동원해 북한 정권의 목을 조일 수가 있다.
구체적으로 각국이 식량 원조를 전면 중단하고, 중국으로부터 들어가는 원유와 남한 기업들의 투자를 모두 금지하는 것이다. 불법 상품을 나르는 북한 선박에 대한 조사도 강화한다. 그리고 인접국들을 설득해 탈북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한다. 끝으로 평양의 정보 독점체제를 부숴야 한다.
이런 전략은 중국, 남한 등 다른 나라들의 적극적 협력을 필요로 한다. 부시가 최근 하는 일이 아마도 그것일 것이다. 외교적 노력을 선행함으로써 부시는 대북 협상이 실패할 경우 인접국가들이 북한에 대해 기꺼이 강경책을 쓰게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잘못하다가는 이런 정책이 오히려 김정일 정권의 생명을 마냥 연장시켜 줄 수도 있다. 만약 레이건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부시는 수시로 물어야 할 것이다. 맥스 부트/ USA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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