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자의 땅

2003-10-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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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나는 오랫동안 알고 있다. 1940년대에 이 남자는 캘리포니아 해변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1960년대에 노동허가증을 받아 그는 미국으로 이민 왔다. 1970년대에 위스콘신에 있는 작은 미국 대학교에서 학사학위를 받았고, 1980년대에 미국 귀화시민이 되었다.
이 사람은 열심히 일하였고 행운도 따라주었다. 그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었다.

이 사람의 이야기가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아니면 당신이나 나의 주위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사실 이 사람은 당신도 아는 사람이다. 그의 이름은 아놀드 슈워제네거이다. 그는 몇 주일 전에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당선되었다. 그의 당선은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나 역시 놀랐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이름을 내가 처음 들어본 것은 그가 미스터 유니버스가 되었을 때이다. 그 후 나는 그가 출연하였던 할리웃 영화를 보고 즐기기도 하였다. 지금 그는 ‘주지사 아놀드’가 되어 한국 경제보다 몇 배나 큰 캘리포니아 주정부 최고 책임자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평생 민주당원인 나는 아놀드에게 표를 주지 않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한 그의 열심과 결단력을 존경한다. 그가 캘리포니아주 경제를 다시 회복시켜 희망과 번영의 물결이 캘리포니아를 다시 휩쓸기를 바란다.


나는 라디오 방송을 통하여 이번 소환선거가 진전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선거 며칠 전에 후보자들 토론이 있었다. 나는 그들의 논쟁을 라디오 방송을 통하여 들으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독일 액센트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있었다. 애리애나 허핑턴은 그녀의 독특한 그리스 액센트로 아놀드의 말을 중단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였다. 잠시 후, 멕시코 이민자의 아들인 크루즈 부스타만테가 논쟁에 참여하였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만든 나라이고 기회의 나라이다. 나 역시 유럽에서 이민 온 이민자의 손자이다. 애리애나는 ‘스타스이노포로스’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그녀의 그리스 이름과 함께 오스트리아 이름인 ‘슈워제네거’ 그리고 히스패닉 ‘부스타만테’ 이름을 들을 때, 우리는 다양한 민족들이 섞여 살고 있는 이민자의 땅, 특히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음을 고맙게 생각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아놀드의 정치경력이 캘리포니아주에서 끝마치게 되는 것을 섭섭하게 생각한다. 그가 캘리포니아주 상원까지는 갈 수 있지만 대통령으로는 출마할 수 없음을 아쉬워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라고 헌법에 기록되어 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외국 땅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그는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전망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실망이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안심이다.

이와 같은 규정이 헌법에 포함된 것은 강국에 의하여 나라가 정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헌법 창시자들은 그 당시 영국 귀족들이 대통령직에 올라 미국을 영국으로 합방시킬 것을 우려하여 헌법에 외국 태생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조항을 포함하였다. 현재 일부 공화당 정치인들 중에는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라는 헌법을 개정하자고 제의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헌법 개정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놀드를 도와주기는 늦을 것 같다.

미스터 슈워제네거는 1968년 미국에 이민 왔을 때, 그의 이름을 바꾸려고 하였다 한다. ‘슈워제네거’라는 이름은 게으른 미국사람들이 발음하기에는 너무도 어려운 이름이다. 그는 ‘아놀드 스트롱’이라는 이름으로 바꿀 뻔하였다. 그 때 이름을 바꾸지 않은 것을 지금 그는 다행스럽게 생각할지 모른다. ‘아놀드 스트롱’이라는 이름으로 그가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되었을지 의심스럽다. 이민자의 나라. 나와 당신 같은 이민자들에게 동료 이민자 후보가 더 어필이 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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