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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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시인하라

2003-10-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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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미국인들은 통치는 항상 불완전한 정보에 바탕을 둔 선택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부시행정부가 이라크 전쟁 전 대량 살상 무기에 관한 정보가 잘못된 것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 왜 그토록 힘든가.

지난 2월 유엔에서 이라크 대량 살상 무기에 관한 주장은 모두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던 콜린 파월 국무 장관은 지난 주말 TV에 나와 이에 관한 정보가 잘못된 것이었느냐는 질문을 받고 노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확실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 때 밝힌 것은 정보계의 종합적인 산물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확실한 근거’가 그 후 어떻게 바뀌었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되지 못한다.

파월은 유엔 안보리에서 12월 중순 무기 전문가들이 사찰단을 속이기 위해 이라크 정보 요원으로 교체됐다고 밝히고 또 1월 다른 곳에서는 대량 살상 무기 제조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사찰단을 피하기 위해 출근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후세인 몰락 후 이곳을 가 봤느냐는 질문을 받고 파월은 자기도 이에 관한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지난 2월 파월은 이동식 생물 무기 공장에 관한 직접 목격 보고서를 갖고 있다며 이라크에는 이런 시설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 최소 7에서 18개가 있다고 말했다. 2000년에는 이런 시설을 감독한 이라크 화학 엔지니어 목격자가 생물 무기가 제조되는 현장을 직접 봤으며 98년 바이러스 감염으로 12명의 기술자가 사망했을 때도 현장에 있었다고 파월은 보고했었다.
지난 주말 이에 관한 질문을 받고 파월은 그 밴은 찾았으며 그 용도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나 우리는 그것이 이동 생물무기 공장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대량 살상 무기는 이라크 전을 정당화하기 위한 사기였다는 주장을 비롯 과격한 이야기가 난무하는 풍토에서 파월을 비롯한 행정부 관리가 고집을 부리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실수를 나쁜 동기와 동일시하는 것은 경멸받을 일이다.

그러나 지난 2월 연설과 그 후 8개월 동안 밝혀진 것과의 괴리는 너무 크다. 아직도 대량살상 무기의 존재가 확실한 근거에 의한 것이라는 파월의 말은 억지처럼 들린다. 더 오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설득력이 없다. 조사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조사관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무기를 찾아내야 한다는 견딜 수 없는 압력을 받게될 것이다. 둘째 전쟁 이전 정보 수집의 미흡을 덮어두는 것은 앞으로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겠다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현 정부가 과거의 잘못을 고치지 못한다면 앞으로 국민들에게 다시 전쟁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이 힘들어질 것이다. 미 국민들은 정보 수집이나 예산 지출에 있어 정부가 부정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기에 그들은 정부가 잘못을 시인할 용기를 갖기를 원하는 것이다.

조지 윌/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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