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라크 재건의 선결과제

2003-04-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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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는 이라크 주민들에게 의약품을 지원하기 위해 의회에 수십억달러를 요청했다. 추후 이라크 재건을 위한 복구안이 나올 예정이다. 의회는 이를 존중해야 할 것이다. 한 지역을 헤쳐 놓았으면 당연히 다시 정리 정돈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라크 재건에 부적격이다. 우선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미국은 실패했다. 그러면서도 이라크의 경우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믿을 수가 없다. 국토안보 이슈를 제외하면 현 정부는 뉴딜정책 이래 정부의 역할을 두드러지게 축소하려는 정부이다.

1조달러가 넘는 감세정책을 정하고 또 이 같은 규모의 감세를 추가하려고 든다. 경기부양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역할이 줄어들게 되고 공공정책은 예산부족으로 뒷걸음질칠 게 뻔 하다.


이라크 재건에 쓰일 예산이 국내 공공정책 예산으로 충당된다면 미국민들은 이라크 재건사업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지 모른다. 실제로 미국민들이 외국 지원사업에 호의적이었을 때는 국내 경기가 좋았을 때임을 기억해야 한다.

2차대전 이후 수년간 유럽경제 부흥을 떠맡은 마샬플랜은 미국의 대외원조의 최고점을 기록했다.

1948~1949년 1년간 53억달러를 투입했다.

이는 미국 국내 총생산의 2%가 넘는다. 현재 미국의 대외원조액은 국내 총생산의 0.1%에 불과하다. 과연 미국민들이 이렇게 엄청난 대외원조를 지지할 것인지 의문이다.

과거 대외원조는 반공의 기치아래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국내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으로 미국 전체 노동인구의 7%에 해당하는 800만명에게 새 일자리를 주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미국의 볼티모어 주민들이 의약품을 제대로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이라크 바스라에 의약품을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내 사정이 넉넉한 나라만이 대외지원을 할 수 있는 법이다.

부시 행정부가 경제정책이 미국과 이라크의 장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떠올리게 하는 게 바로 이런 연유다.

해롤드 마이어슨/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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