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얼마까지가 정당한 희생인가

2003-03-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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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진행될수록 사상자는 불가피하게 늘어난다. 미국과 영국군인들, 이라크 군인들, 이라크 민간인들이 죽게 된다. 미국의 안전을 보호하고 이라크 국민들을 사담 후세인의 독재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정당화될수 있는 생명의 희생은 얼마나 될까.

지난 2001년 8월 부시대통령은 “나는 생명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문화에 대해 우려를 금할수 없으며 대통령으로서 미국과 전세계에 생명에 대한 존중을 고취시킬 의무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전쟁을 할 때 그것이 생명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인지 보호하는 것인지를 어떻게 알수 있는가.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는 1,000-1,200명의 민간인들을 죽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우리는 바그다드 교외에 미사일이 떨어져 가옥이 파괴되고 남편은 아내를 잃고, 부모는 아이들을 잃는 가슴 아픈 소식들을 읽고 있다. 전쟁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전쟁의 대가, 즉 사망과 파괴가 전쟁으로 얻어질 이익보다 커서는 안된다.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공격의 근거는 일종의 도박이다.


부시 행정부는 무기 사찰을 계속 허용함으로써 후세인을 평화적으로 무장해제 시킬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반면 이라크 침공은 호전적 이슬람 운동권에 완벽한 인력보강 수단을 제공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볼 때 미국에 대한 테러를 자행할 준비가 된 테러리스트들을 더 많이 양산해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부시행정부는 또 이라크 국민들에게 가해지는 피해는 미군을 해방자로 환영하는 절대 다수 국민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것이라는 내기를 하고 있다. 그것은 또 다른 도박이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도덕적 평가를 위해서 전쟁으로 인한 해악과 전쟁으로 얻을 좋은 것에 대한 비교가 불가피하다. 전쟁으로 인한 해악으로는 유엔의 권위가 실추된 것, 서구문명의 요람지인 그곳의 고고학적 보물들이 손상될 위험등도 포함된다.

한편 이번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윤리적 핵심은 외국 민간인들의 생명에 비해 미국 민간인들의 생명의 가치를 상위에 두는 행위는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후세인 정권이 의도적으로 이라크 민간인들을 위험에 빠트릴 책략을 쓴다 하더라도 우리가 선택한 전쟁으로 초래된 사상자에 대해 우리는 책임을 면할 수가 없다.


피터 싱어/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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