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삐걱 거리는 이라크 전쟁

2003-03-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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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예상치 못한 강한 저항에 부딪치면서 전쟁을 지켜보는 데 몇가지 안내가 필요할 것 같다.

우선 이라크 침공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딱한 상황으로 가는 건가? 이라크에서 가장 겁나는 지역중의 하나는 쿠웨이트 접경에 위치한 외딴 마을 움 카스르이다. 건물들이 나즈막하고 4,000명 정도가 사는 밀수꾼들의 은신처이다. 군당국은 이 작은 마을을 침공하자마자 몇시간 만에 점령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사실은 점령이 되지 않았다.

그곳에 있던 정규 이라크 군대는 무찔렀지만 일부 병사들이 미군을 상대로 게릴라 전을 계속하고 있다. 이런 류의 게릴라 활동으로 미군의 첨병을 막을 수는 없지만 후방에서 미군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고 미군의 유례없이 긴 보급로를 차단할 수가 있다.


주변의 여러 아랍국가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걱정들이 많다. “미국은 새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기우일수지도 모른다. 어떤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볼 필요는 있다. 움 카스르 같은 지역이 앞으로도 더 많이 나올 지 여부가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을 결정 짓는 주된 기준이 될 것이다.

이라크의 일반 국민들이 미국 군대를 꽃을 들고 환영할 것인가? 이라크 시민들이 우리의 침공에 박수갈채를 보내리라는 백악관의 비전이 사실로 확인만 된다면 유럽과 아랍세계가 우리에 대해 갖고 있는 적대감은 많이 약화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백악관이 기대하던 열광적 환영은 거의 없다.
사프완에서 일부 주민들이 미군을 축복하는 환호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바스라나 나시리야, 움 카스르등 다른 도시에서의 보도를 보면 주민들이 침공을 환호하는 기색은 전혀 없다.

로이터 통신의 로사린드 러셀이 본 바에 의하면 이라크의 청소년들이 영국 군 탱크와 트럭이 지나가자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군대열이 지나가고 나자 그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가셨다. “우리는 저들이 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17살의 소년은 말하면서 바지 허리띠에서 사담의 사진을 꺼냈다. “사담은 우리의 지도자이다. 사담은 좋은 사람이다”

전쟁이 오히려 일부 이라크 국민들을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미국인들이 지금 우리의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미국에 있는 우리는 이라크 정책을 사실에 기초해 세울 것인가 아니면 이데올로기에 기초할 것인가? 우리는 결국 전쟁에 이기고 사담은 물러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평화를 얻게 될지 여부는 그렇게 분명하지가 않다.

이번 침공작전이 수행되어 가는 것을 보면 전쟁 계획은 우리의 1급 군사 전문가들에게만 기초하지 않고 이라크에는 발도 들여놓아 본 적이 없는 워싱턴의 관념론자들의 육감도 작용해 만들어진 듯하다.

예를 들어 전쟁계획을 보면 이라크인들이 우리를 해방자로 환영할 것으로 지레 짐작했다. 그런데 이라크를 방문했던 사람이면 누구나 이라크 국민들이 미군이 들어오기만 하면 총을 쏘아대겠다고 벼르던 경고를 들었다.

관념적 낙천주의가 작용하다보니 막강한 군사력으로 강하게 밀고 나가자던 파월의 주장을 전면 수용하지 않고 작은 규모의 군대들로 신축성있고 유동성있게 운용하자는 럼스펠드의 이론이 섞여 들어간 것이다. 낙천주의자들은 후방 지역의 게릴라 항전 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원래 전쟁 계획은 움 카스르를 점령해서 항구를 통해 밀을 들여오고, 다음에는 카메라 기자들을 대동하고 바스라로 진격해 올라가는 것인데 모두가 포옹을 하며 환영을 할 것이니 피 한방울 안흘리는 쉬운 전쟁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고 한 구호요원은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바스라를 포위하고 있다. 충분히 예상가능했던 일이다. 그 결과 바스라의 100만 주민들은 지난 주말부터 전기도 맑은 물도 없이 생활하고 있으며 그 결과 미군 점령에 대한 적대감만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우리의 막강한 화력으로 보면 이라크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도 전쟁은 능히 이길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는 장기간 점령이 불가능하다.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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