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후 복구 유엔 배제하라

2003-03-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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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후 다시 미국이 유엔으로 돌아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부시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유엔에서 걸어나왔다. 이제 와 돌아갈 수는 없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날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면 종전 협정을 맺어야 한다. 부시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전후 이라크 통치를 위해 다시 유엔 결의안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도대체 왜 또 전후 처리 문제를 놓고 프랑스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가. 미군과 영국군의 피로 얻은 이라크 주둔을 놓고 다른 나라가 감 놔라 배 놔라 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는 미국의 정책을 사보타지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이들이 전후 일이 순조롭게 가도록 도와줄리 없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지는 독일 유엔 대사가 전쟁이 끝나면 미국은 다시 “죄를 뉘우치고 안보리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왜 우리가 유럽 각 국이 이런 짓을 하는데 놀아나야 하는가.


우리는 유엔에서 졌다. 그러나 그로 인해 득 본 것도 있다. 미국인들이 유엔의 실상을 바로 보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인의 유엔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75%가 유엔이 이라크 문제를 다룬 방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12월에는 미 국민 대다수가 유엔 승인 없이 전쟁하는 것에 반대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71%가 유엔의 승인이 필요 없다고 답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인가. 미국인들은 마침내 진실을 알게 된 것이다. 유엔의 정통성에 관한 미국인의 이미지는 유니세프와 난민촌, 지진 구호 등 감상적인 것이었다. 테레사 수녀 비슷한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존경심을 갖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유엔이 유니세프만은 아니고 도덕심이라고는 전혀 없이 사사건건 미국이 하는 일에 훼방을 놓으며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냉소적인 전직 제국주의 국가 집단임을 알게 되었다. 미국인들은 이제 유엔이 미국적 가치나 미국의 안보를 맡길만한 기관이 아님을 깨달았다.
작년 9월 12일 부시는 유엔을 시험대에 올려놨다.

진정한 집단 안보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든지 국제연맹 같은 최후를 맞든지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유엔은 완전히 자기 임무에 실패했고 미 국민들은 그것을 봤다. 미 국민은 이제 유엔을 떠나기를 원한다.

유엔은 이라크 문제에서처럼 훼방을 놓지 않으면 북한 문제처럼 아무 쓸모가 없는 존재가 돼 버렸다. 딴 데서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공격하면서 유독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의 다자간 협상을 비난한다. 놀랄만한 위선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유엔 안보리가 독재국가가 아니라 미국을 억제하려 한다는 점이다.

안보리는 제2차 대전 승전국의 연합체 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 60년 전 일이다. 이라크 승전국으로 구성된 새 연합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 조직은 미국과 영국, 30개 대 이라크 연합군이 주축이 되는 자유를 위한 조직이 돼야 한다. 유엔 이전에도 전쟁과 평화 조약은 있었다. 유엔을 공식적으로 떠날 것도 없다. 미국이 없는 유엔은 자연히 말라죽을 것이다. 이라크 전후 복구만도 큰 일이다. 시대착오적인 조직에 발목을 잡혀 끌려 필요가 없다.

찰스 크라우트해머/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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